자율주행 기술 단 제네시스, 장애물·횡단보도 만나자…

신형 제네시스 2대가 나란히 공터에 나타났다.

공터에는 주행 중 만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 각종 장치가 마련돼 있었다. 시속 10km의 속력으로 일렬로 달리던 차는 삼각대를 세워 놓은 고장차를 만났다. 앞 차가 고장차를 피해 차선을 바꿔 달리자 뒤차도 이를 따랐다.


장애물이 연속 나타나는 S자 코스에서도 두 차는 여유롭게 지나갔다. 이어 사람들이 건너고 있는 횡단보도가 나오자 차들이 멈춰섰다. 달리던 차들 사이로 왼쪽에서 흰 색 그랜저 한대가 끼어들었다. 그러자 뒤차는 서서히 속도를 줄였고, 그랜저가 다시 왼쪽으로 사라지자 뒤차는 속도를 높여 앞 차와 거리를 좁혔다.

그리 현란하지도, 독특하지도 않은 자동차 주행 모습이다. 하지만 뒤차에 타고 있는 운전자는 차가 움직이고 있는 동안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고, 엑샐러레이터나 브레이크 페달도 전혀 조작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자동차 주행 내내 운전자가 차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따로 마련된 대형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31일 현대자동차가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에 위치한 도심공항 서킷에서 실시한 자율주행차 시연 장면이다. 뒤따르던 제네시스에는 현대차의 자율주행기술 ‘혼잡구간 주행지원(TJA, Traffic Jam Assist)’ 시스템이 장착됐다.

현대자동차가 31일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 내 도심 서킷에서 신형 제네시스에 선행 연구용으로 탑재된 자율주행 기술인 ‘혼잡구간 주행지원 시스템(TJA, Traffic Jam Assist)’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TJA 시스템은 교통상황이 보다 열악한 도심 구간에서도 작동이 가능한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이다. △저속 구간에서도 구현이 가능하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구간에서도 앞차와의 거리와 차선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차선 인식이 불가능할 경우에도 레이더와 카메라로 주변 차량과 사물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부분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현대·기아차는 조만간 이 시스템 개발을 완료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출시하는 신형 에쿠스에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 Highway Driving Assist)’을 탑재한다.

이 시스템 역시 자율주행차 기술인 △차선유지 제어 시스템(LGS, Lane Guidance System)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Advanced Smart Cruise Control) △내비게이션 연동 기능 등이 통합됐다.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따로 조작을 하지 않아도 차는 앞차 간격을 감지해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고, 차선을 지키면서 달리는 것이 가능하다. 아울러 각 구간별 최고속도와 과속위험 지역을 파악, 차량 속도를 자동으로 제어할 수도 있다.

현대차 (249,500원 ▼500 -0.20%)는 2020년까지 고속도로와 도심 도로 어디에서건 적용 가능한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화두다. 앞서 아우디는 올해 초 북미 가전전시회(2015 CES) 기간에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A7 콘셉트카를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900㎞를 운전자 도움 없이 달리도록 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2013년 8월 자율주행차인 'S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연구용 차를 도심과 시외에서 시연했다. 현대차의 기술은 이 업체들이 선보인 기술보다는 덜 현란하지만 상용화에 가깝다는 평가다.

정락 현대·기아차 총괄PM담당 부사장은 "최근 벤츠나 아우디가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 것을 보면 고가의 센서가 들어가는 것을 비롯해 양산화가 어려운 기술을 접목한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우리는 그런 기술을 꾸준히 양산차에 내재화했고 기술 수준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