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한전부지 매입 불똥 튄 삼표레미콘 뚝섬 부지 '곤혹'

당초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성수동 삼표레미콘부지에 지으려던 110층 규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조감도. /사진=서울시

현대자동차그룹이 신사옥 건립을 위해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매입한 불똥이 '뚝섬 삼표레미콘 이전 운동'으로 번지자 삼표 측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16일 성동구청 등에 따르면 최근 성동구민 일부는 '삼표레미콘 이전추진위원회'(추진위)를 조직하기 위해 아파트 및 연립주택 단위별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추진위 주장의 요지는 주민 주거시설에 소음, 분진 등으로 피해를 입히는 삼표레미콘을 지역에서 내보내야한다는 것이다. 현재 삼표산업의 일부 레미콘 공장이 성수대교 북단 2만2922㎡(6934평) 규모 부지(뚝섬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추진위 구성을 위한 서명운동은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그동안 뚝섬 부지에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들어온다고 해서 주민들의 기대감이 컸는데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에 신사옥을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주민들의 상실감이 커졌다"며 "GBC가 안 들어온다면, 기피시설인 레미콘 공장만이라도 없애달라는 주민 요구가 올해 초부터 늘어나서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에게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정원오 구청장의 공약도 한몫 했다. 지난해 7월 당선된 정 구청장은 현대차의 한전 부지 매입 이후 지속적으로 뚝섬 부지에 호주 오페라하우스에 버금가는 랜드마크가 될 문화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말해왔다.

아울러 서울시의 초고층건물 제한정책으로 GBC 유치가 실패한 만큼 서울시도 일말의 책임감을 갖고 뚝섬 부지 개발에 협조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대차 및 삼표 등 당사자들과의 협의가 전무하다는 데 있다.

삼표 관계자는 "주거시설이 들어오기 한참 전인 1970년부터 이곳에서 사업을 해왔다"며 "레미콘부지 주변도 다 큰 도로이기에 소음도 주거시설까지 전혀 들리지 않고 분진 문제도 없는데 현대차 신사옥 건립계획이 무산된 뒤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또한 "부지 자체가 현대차그룹 소유로 삼표는 임대만 할 뿐이므로 이전 여부에 대해 아무런 결정 권한도 없다"며 "땅 주인(현대차그룹)과 지자체가 협의하면 그에 따를 뿐이다"고 덧붙였다.

뚝섬 부지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제철 (31,750원 ▼200 -0.63%)이 100% 지분을 갖고 있으며 건물은 없다. 통상 레미콘 제조시설은 '기계 및 구축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뚝섬 부지는 2000년 강원산업이 인천제철(현 현대제철)에 인수되면서 함께 넘어갔다. 강원산업 계열사였던 삼표는 계열 분리되면서 그동안 현대제철에 임대료를 납부해왔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현재까지 성동구청 또는 서울시로부터 뚝섬 부지 매입 협의 요구는 들어온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