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가가호호 주차장이 바뀐다

BMW 전기차 I3. /사진=BMW그룹

'전기차를 사면, 주차장을 바꿔야 할까?'

지난해 말까지 전기차는 전국에 3044대 등록됐다. 서울시만 해도 전기 승용차는 931대가 보급됐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각 지자체가 4월부터 1500만원 내외로 차 값을 보조해주고, 충전기 설치(600만원)까지 해준다.


순수 전기차는 아니지만 전기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출시도 잇따른다. 현대·기아차와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이 이미 출시했거나, 올해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전기차와 PHEV는 주차 시간을 이용해 충전을 해야 한다. 동시에 매연이 아예 없거나, 저속 상태에서 매연을 내뿜지 않는다. 이같은 특징이 주차장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하는 요인이다.

◇전기차와 PHEV에 필요한 주차조건


국내에 전기차를 보급하고 있는 자동차 회사에 전기차를 살 때 갖춰야할 주차 조건을 문의했다. 같은 답이 돌아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충전하는 차’를 사기 위해서는 주차와 전기 값 문제를 확실히 해야 하는 것이다.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용주택은 주민회의의 동의를 얻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BMW는 아예 이 부분에 대행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을 정도다. 기술적인 이유 보다는 혹시라도 주민들이 전기료를 공동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오해를 풀어야 한다.

전기차 전용 주차장은 보통은 전기 배선을 연결하기 쉬운 엘리베이터와 가능한 가까운 곳에 만든다. 실제로는 각 차주 명의로 된 별도 계량기를 설치하기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만약 이웃이 나와 같은 전기차를 산다면 역시 같은 충전기에 계량기만 추가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차와 접속할 전선은 전용선을 반드시 써야 한다. 평균 5m 내외의 길이와 꽤 두툼한 두께다. 그래서 아직은 실내에 충전기를 설치해 외부로 전선을 잇는 것은 어렵다.

현실적인 이유로 현재까지 전기차와 PHEV를 소유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주거형태는 보조금이 나오는 지역의 단독주택이다. 이미 주차장을 확보한 상황이라면 통상적으로 설치 작업은 충전기 설치 업체가 대행한다. 이사하면서 새 전화선을 받는 작업과 비슷하다. 한국전력에 연락해 계량기를 설치하고 전기가 원활히 연결되는지 확인하면 되는데, 이 설치 과정에 따라 해당 관공서가 직접 감독을 나온다.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하는 시간에 맞춰 차가 입고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다.

◇ 가장 이상적인 전기차의 주차장은 단독주택, 아예 새로 짓는다면?

“이미 싱가포르나 스웨덴에는 공동주택의 설계에서 아예 집 앞까지 가능한 차가 들어오도록 설계를 하는 곳도 많아요. 한국은 바로 변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만 전기차 보급이 확대된다면 시외곽 단독 주택부터 변화가 일기 쉽겠죠?”

김중근 건축디자인사무소 앤드(aandd) 소장의 말이다.

집을 지으면 법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주차구역의 크기가 있다. 서울시 기준으로 건축 인허가상 75㎡ 당 1대의 주차구획이 필요하다. 230㎡(70평형)대 이상은 2대, 330㎡(100평형)이상이면 3대 이상의 자리를 마련해야만 한다. 앞으로 지어지는 새 집은 주차구역을 정할 때 전기차를 위한 배선과 공간에 대한 생각이 필요할 것이다.

‘나만의 주차장’은 차가 있다면 누구나 한 번 쯤 탐낼만한 꿈이다. 만약 자동차를 각별히 아끼는 사람이라면 어떤 주차장을 설계할 수 있을까. 매연이 없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어떤 것들을 달리 할 수 있을까. 이들에 따르면 주차장에 대한 조금 다른 생각만으로 차가 하나의 풍경이 되고 아지트가 될 수 있다.

/사진제공=건축사무소 앤드(aandd)

△개인주택을 위한 주차장 유닛

전통적인 설계 방법인 차경(자연의 모습을 빌려 풍경으로 완성하는 것)을 응용했다. 풍경이 가장 좋은 쪽으로 주차장을 넣어 집 안에서 봤을 때 해가 뜨고 질 때 마다 차가 액자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중앙에 수납장을 넣어 스키나 자전거 등을 보관한다. 양쪽에 차를 세우고 양쪽에서 같이 이용할 수 있다. 평소에는 주인의 ‘쉼터’ 역할을 할 수 있다. 기본 구조가 간단하기 때문에 붙박이장처럼 하나의 유닛(Unit)로 만들어 이사 때마다 바꿔 쓸 수 있다.

건축가들은 주차장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점차 늘고 있다고 말한다. 대형 빌딩의 지하 주차장도 해당 회사의 첫 인상과 이미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주차장 디자인만 별도 의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진제공=건축사무소 앤드(aandd)

△전기차 시대를 기다려온 거실 주차장

주차 후에도 차가 너무 좋아서 떠나고 싶지 않은 주인을 위한 설계를 해봤다. 지하 램프를 통해 차를 넣은 다음 카 리프트로 차를 끌어 올린다. 실내는 둥근 가벽과 블루투스 기능을 설치해 평소 홈시어터 공간으로 쓰다가, 앞쪽에 차를 놓으면 전혀 다른 곳으로 변화한다. 조명으로 파티장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고 컨버터블이라면 차가 쇼파나 침대처럼 쓰일 수도 있다. 배기가스를 빼는 배기구는 바닥으로 설치한다. 혹은 배기가스가 없는 전기차라면 아예 충전기를 내부에 설치해 놀이기구처럼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