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는 '남의 나라' 이야기…"엄마아빠가 미안해"

어린이날을 앞두고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놀이마당에서 열린 송파구 어린이큰잔치에서 참가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공연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뉴스1 제공

1년에 단 하루뿐인 어린이날을 맞아 설렘이 가득한 자녀의 얼굴이 마음 아프다는 직장인 부모가 많다. 공휴일이지만 일을 쉴 수 없어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다.

4일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는 어린이날에도 출근해 자녀와 놀아줄 수 없는 직장인 부부의 사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닉네임 '도란도란 수다'씨는 "장사를 시작한 이후론 주말에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고 있는데 어린이날에도 아이가 아빠랑만 있어야 한다"며 "이럴 때마다 일을 괜히 시작했나 생각이 든다"고 미안한 마음을 나타냈다.

어린이날 남편이 직장에 근무한다는 닉네임 '초보맘'씨는 "지방에 살아서 운전이 필수인데 면허 딴 지 두 달도 안 돼 먼 곳은 엄두가 안 난다"며 "혼자서 아이 둘을 데리고 어디서 뭘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해 공감을 얻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휴일도 잊게 하는 장시간 근무문화는 가족관계뿐만 아니라 노동의 효율성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대표적으로 교대근무를 하는 업종이나 제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가족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업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장시간 노동이 보편화돼 있어 휴일에도 특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임 소장은 "최근 대기업의 경우 근무 시간을 줄임으로 인해 업무에 대한 본인과 가족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사례가 많다"며 "일자리 창출과 소비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지금의 노동환경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아동교육 전문가들은 가족이 함께하는 경험이 아이들의 정서 발달과 사회성 함양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다.

조형숙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자신을 항상 지지해 주고, 받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인지가 중요하다"며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정서적 기반이 안정돼야 학교생활 및 사회적 관계 형성을 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부모님들이 일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평소 친족과의 유대를 돈독히 하고, 어린이날과 같은 특별한 날에 같이하지 못할 경우 다른 가족들과 어울리면서 결손을 느끼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197명을 상대로 '근로자의 날 휴무 여부'를 조사한 결과 34.2%(409명)가 쉬지 못하고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 재직자(36.7%)가 가장 많았고, 중견기업(32.1%), 대기업(24.8%)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