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공모전엔 파란색 써라"… PPT 전문가의 조언

'Made in 양선배' 파워블로거 양나루씨/사진='Made in 양선배' 블로그

프레젠테이션(PT)은 ‘기술’이다. 파워포인트(PPT)를 잘 만드는 사람은 ‘능력자’로 불린다. 아직 기술을 연마하지 못한 ‘미생’들은 학교, 직장에서의 PT가 부담스럽다.

'미생'들이 찾는, 찾아야 하는 블로그가 있다. 파워블로거 양나루(27)씨가 운영하는 'Made in 양선배'다.


'양선배'는 블로그를 통해 PPT 제작과 관련된 강의 자료를 제공한다. 주로 실전 PPT 강의, PPT 템플릿, 참고할 만한 국·내외 PPT 자료 등이다. 요청이 들어오는 곳에는 '양선배'가 직접 찾아가 강의한다.

◇체대생에서 마이크로소프트 MVP로
양씨는 체대생이었다. 대학에서 ‘스포츠 경영학’을 전공했고 1, 2학년 때는 학교 내 연구소에서 축구 A매치 점유율을 분석했다. 하지만 군대에 다녀오니 제휴 회사가 사라져 축구 점유율 분석은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양씨는 새로운 환경에서 견문을 넓히고 싶어 연합 PT 동아리에 가입했다. 1년 6개월 동안 동아리 활동을 하며 PPT 제작을 배우고 PT 대회에도 나갔다. 자연스럽게 PPT 제작에 흥미가 생겼고 직접 만든 PPT 템플릿을 게재하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재미로 시작한 블로그 덕에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MS) 파워포인트 분야 MVP 2년차다. MVP(Most Valuable Professional)는 MS 제품에 대한 전문가그룹으로 전세계 약 4000명이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는 113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파워포인트 분야 MVP는 양씨를 포함해 13명이다. 양씨는 “블로그 운영이 MVP 평가 조건에 포함돼 MVP로 선정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기업 임원까지 요청하는 ‘은밀한 PPT 과외’
양씨는 블로그에서 ‘은밀한 PPT 과외’라는 이름으로 강의 신청을 받는다. 오프라인 강의는 한달에 1~4회 정도. 주로 대학교 동아리를 대상으로 하지만 기업에서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강의는 PPT를 만들 때 사용하는 실전 기술을 위주로 진행한다.

PT를 앞둔 회사원이나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1대1 과외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양씨는 “주로 대학교 동아리와 게임 관련 중소기업의 강의 요청이 많다”며 “대학원생이나 기업 임원들에게도 1대1 과외를 원하는 메일이 온다”고 밝혔다.

기업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를 제외하고는 강의료를 받지 않는다. 양씨는 “지금 눈앞의 이익을 바라는 것이 아닌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씨의 목표는 ‘양선배’라는 이름을 브랜드화하는 것이다.

◇PPT 잘 만드는 법은 '따라하기…“삼성 공모전에서는 파란색 PPT를 써라"
양씨가 공개한 PPT 잘 만드는 법은 '따라하기'다. 디자인 전공자가 만든 색조합, 배치 등을 활용하는 것이 PPT 제작의 출발이다. 웹사이트 디자인을 따라하고 PPT 템플릿을 참고하라고 조언한다.

양씨는 "기존에 있는 PPT에서 색만 바꿔도 새로운 느낌의 PPT를 만들 수 있다"며 "잘 만들어진 PPT에서 요소요소들을 뽑아내 새로운 조합을 만들면 또 다른 디자인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PPT를 잘 만드는 비법으로 글꼴을 꼽았다. 양씨가 추천하는 글꼴은 ‘HY견고딕’, ‘맑은고딕’, ‘윤고딕’이다. ‘HY견고딕’과 ‘맑은고딕’은 컴퓨터 환경에 영향을 덜 받고 무난해서다. ‘윤고딕’은 다양한 굵기로 글꼴이 제공돼 소제목과 본문을 나눠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기업에서는 고딕체를, 감정을 전달하는 PT에서는 명조체가 좋다는 것이 양씨의 주장이다.

양씨는 “PPT에서 글꼴은 목소리”라며 “글꼴에도 ‘감성’과 ‘이성’이 있는데 기업에서는 가독성이 높은 ‘이성 글꼴’ 고딕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적 '감성 글꼴' 명조체는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감정을 전달하는 PT에서 사용하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PPT에 여러 색을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양씨는 “PPT 색 배합은 ‘패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어울리는 색조합을 찾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색은 4가지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기업 등이 주최하는 공모전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도 조언을 건넸다. 양씨는 “공모전을 주최하는 회사 홈페이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글꼴과 색, 배치 등을 참고해 PPT를 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공모전 주최자 눈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양씨는 “실제로 기업 관계자에게 ‘회사에서 사용하는 글꼴을 쓴 PPT에 눈이 더 간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양나루씨가 제작한 PPT/사진='Made in 양선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