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가치 10조 넘는다…제2 글로비스

현대차그룹이 만든 2번째 건설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가 하반기에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있다.

비상장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지원을 통해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되고 지배구조 관점에서도 정의선 부회장이 상당 지분을 보유해 프리미엄을 얻는 것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투자은행(IB) 기업공개(IPO) 실무진에는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의 하반기 상장 업무 주관을 위한 대기령이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이 상반기 현대글로비스 소수 지분 매각을 단행했고 하반기에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실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서다.

현대차그룹은 실제로 지난 2월 초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하던 글로비스 지분 중 각각 4.8%, 8.49% 등 총 13.39%의 지분을 팔아 부자(父子)의 보유분을 30% 미만으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글로비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지분율 하락으로 피하고 동시에 경영권 승계를 위한 현금도 확보한 셈이다.

시장에선 이 그룹이 하반기에 광고 계열사 이노션을 상장해 지배구조 정리를 한층 가속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노션은 NH투자증권과 씨티글로벌마켓 등을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 실무에 나섰고 오는 6월 초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초에는 무난히 상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진 것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노션 상장 전 지분 매각(30%)으로 3000억원을 거뒀고 IPO 과정에서도 남은 10%를 매각해 최소 1000억원 이상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이노션 지분을 정리하면 이 광고사는 누나인 정성이 고문이 상장 후 40% 이하의 지배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계열 분리된 기업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이노션과 별개로 하반기 중에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의 IPO 실무를 곧바로 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을 팔아 1조원 가량을 확보한 정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그룹 지배력을 높이면서 차후 승계에 관한 포석을 놓을 것이란 예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월 현대엠코와 현대건설 (34,250원 ▼850 -2.42%) 설계 감리사업부가 합쳐진 건설사로 해외건설 사업 비중을 높이며 폭풍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5조689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도 4084억원으로 모회사인 현대건설(9589억원)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측면에선 이미 현대엔지니어링(7.18%)이 현대건설(5.51%)을 앞지른 상태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최근 이 그룹 내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이 전사적인 지원을 받아 해외 알짜 사업을 골라 수주하고 있어 절대적인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측면에서도 내년부터 현대건설을 능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며 "현대엔지니어링의 성장은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72%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현대건설(38.62%)에 이어 2대주주 지위에 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31.88%)인 글로비스를 통해서도 현대엔지니어링을 11.67%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가진 지분에 그룹 계열사 지분을 더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85.41%로 30% 안팎의 지분을 상장과정에서 유동화해도 경영권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비상장사이지만 이런 배경에 따라 최근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건설사 중 최대 시가총액 자리를 노리기 시작했다. 자본금 380억원짜리 회사인 이 건설사의 가치가 올 하반기 기준 10조원을 예상 호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액면가 5000원인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은 지난 3월 장외시장에서 75만원에 거래가 됐고, 최근엔 호가가 108만원까지 형성돼있어 시가총액(호가 기준)이 8조20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10년간 글로비스의 성장에서 나타난 이른바 '정의선 후광 효과'라 할만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 중에서 삼성물산이 가장 비싼 9조원으로 평가되는데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가 8조원이 넘은 것은 분명히 미래에 관한 낙관적 기대가 포함된 것"이라며 "이 건설사가 최근 1년간의 성장세를 앞으로 2~3년간 지속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하반기 기업 가치와 실제 상장 후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넘어서 국내 1위 건설사가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