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예금·보험 100조 굴리는 전문가 키운다

정부가 100조원에 달하는 우체국 예금·보험을 운용하는 전문가들을 키우는 등 운영체계를 손본다. 우체국 금융 부문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경쟁력 있는 전문가 집단을 만들고,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형 연기금은 운용자산을 연기금 투자풀 등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저금리에 따른 수익률 하락 등으로 정부 자산운용 부문이 재정위험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게 이번 대책의 목표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우체국 예금과 보험의 경우 자산운용 체계가 소수 전문 인력 활용에 그치고 있는데, 지금보다 더 투명하고 전문적인 집단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검토할 계획"이라며 "국민연금과 유사하게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연금을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가장 경쟁력 있는 전문가 집단을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또 6월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 편성시부터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보조금 전수 평가를 통해 불필요한 사업을 없애거나 예산을 깎을 계획이다. 사업수 총량 규제와 보조사업수 10%(약 600개) 감축을 통해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을 과감히 폐지하거나 통폐합할 예정이다.

아울러 재정사업의 진입부터 퇴출까지 모든 단계에서 촘촘하게 관리가 이뤄진다. 진입단계에선 유사·중복, 재정지원 불가피성 등 보조사업 적격성 심사를 강화해 불필요한 사업 진입을 차단한다. 집행단계에선 집행 현장조사제 도입 등을 통해 낭비요인을 제거할 방침이다. 평가단계에선 부적격 사업의 퇴출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정부 보조금 부정수급 방지를 비롯해 연구개발(R&D) 비리 근절 대책, 입찰·계약 분야 불법 방지 대책 등을 통해 부정·불법 예산집행을 근절한다. 중앙·지방·보조사업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보조금 통합 관리지침'을 만들어 집행 절차를 표준화하고, 재정정보 공개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보조금 중복수혜자 자동선별, 부정·불법 방지 패턴 검사 기능 등을 탑재한 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을 2017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이외에도 성과 평가를 통해 불필요한 재정사업을 구조조정할 수 있도록 재정사업 성과평가 체계를 대폭 개편했다. 사업단위에선 각 부처가 중심이 돼 재정사업을 평가하는 통합 자율평가를 도입했다. 재정당국은 이에 대한 메타평가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특히 사업군 단위에선 다수 부처 관련 사업을 중심으로 재정 당국의 심층평가를 강화키로 했다.

이를테면 지금까진 △일반재정 △기금운용 △복권성과 △보조사업 △연구개발(R&D) 사업 △지역사업 등에 대해 각각 평가를 했지만, 앞으로 이를 모두 통합해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자율평가를 실시하고 별도로 설치된 평가협의회에서 부처들의 평가를 재평가 받는 방식으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대상과 시기, 기준 등 통일성이 결여됐던 평가가 큰 방향에서 일관성을 갖게 되고 우선순위 사업에 재정이 투입되는 효과가 있다. 과거엔 SOC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면, 앞으로 도로 혹은 철도 등 특정 분야에서 다수 부처의 관련 사업을 한꺼번에 놓고 평가를 진행하게 되니 옥석이 가려지는 것이다.

한경호 기재부 재정기획총괄과장은 "평가 분야와 부문 등의 경우 투자 우선순위와 중장기적 투자 방향 설정을 위해 사업군에 대한 평가를 하는 전략적 분석제도를 도입했다"며 "그동안 평가가 나무 위주로 봤다면, 이번 제도를 통해 큰 숲을 보면서 예산이 효율적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평가 시스템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