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000억원대 피해 '동양사태' 현재현, 징역 12년→7년(종합)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사진=뉴스1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총 1조2000억원대 피해를 끼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66)이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최재형)는 22일 현 전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에 대해 "개인적 이익을 도모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이 사건으로 많은 것을 잃게 된 점을 고려했다"며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현 전 회장 등은 2013년 2~9월 동양그룹 경영진들과 공모해 상환능력이 없는 CP·회사채 총 1조2958억원어치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아울러 결제 능력이 없는 계열사가 발행한 CP와 어음 6231억원어치를 다른 계열사가 매입하게 하는 등 부당지원을 통한 배임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투자자들을 기망할 의도가 없었다'는 현 전 회장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2013년 8월19일까지 CP를 판매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추진한 구조조정이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거나 CP가 상환되지 않았다고 해서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오너 및 전문경영인이 추진 중인 구조조정이 사실상 실패해 더 이상 상환할 능력이 없음을 인식하고도 CP를 판매한 경우에만 사기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러 정황상 현 전 회장이 같은 달 20일에는 이미 구조조정이 실패로 돌아갔고 부도를 피할 수 없다고 인식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CP를 발행하고 판매하는 데 적극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도 징역 2년6월로 감형받았다. 1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던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나게 됐다.

김동훈 전 동양그룹 전략기획본부장과 이승국 전 동양증권 사장은 구조조정 실패 이전 시점의 CP 판매에만 연루돼 무죄를 선고받았다.

반면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회삿돈 8억원을 횡령하는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대표는 정 전 사장 등과 달리 CP를 부당하게 판 혐의에는 연루되지 않았다.

현 전 회장을 비롯한 주요 피고인들의 형이 감경되자 방청석에 있던 동양사태 피해자들이 일제히 고성을 지르며 소란이 벌어졌다. 한 여성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재판부를 향해 여러 차례 외치는 등 불만을 드러냈다.

오후 2시 시작된 이날 재판은 2개 법인과 16명에 대한 판결 이유와 주문을 읽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려 3시20분을 조금 넘겨 끝났다. 피고인들은 한명씩 호명을 받고 재판부 맞은편에서 각자에 대한 선고를 들었다.

현 전 회장은 앞선 재판과 마찬가지로 흰 머리에 안경을 쓴 채 녹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그는 재판 내내 고개를 내리깐 채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현 전 회장의 형량을 감경하면서도 "이번 사건의 총체적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매자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는 논리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사건의 원인이 된) 방만한 기업 경영은 현 전 회장의 책임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