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애매한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 실효성 의문"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임동욱 기자
박상빈 기자

정부가 노사간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해도 회사 임의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데 대해 재계가 노동계와 갈등만 키울 소지가 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28일 열릴 공청회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에 회사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27일 "정부 지침에 의해 통상임금 틀을 만들어 운영했다가 노조로부터 소송을 당했다"며 "어차피 노조 반발로 공청회도 무산될 것으로 보고 언론을 통해 여론 떠보기에 나선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정부가 말하는 '충분한 합의'라는 게 뭔지 매우 불분명하다. 임의로 판단했다간 노조로부터 소송 당하기 안성맞춤"이라고도 했다.

임금을 줄여 근로기간을 연장하고 신규 인원 선발을 독려하는 임금피크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은 별로 없을 거라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다시 나왔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10명이 임금피크제에 들어가 같은 수의 신규채용을 하는 대기업이 있다면 1인당 45만원씩, 1년에 고작 540만원 지원을 받는다"며 "월급과 복리후생, 퇴직금까지 억 단위 인건비가 드는 데 10명을 뽑는 기업이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서는 임금피크제로 인해 그나마 인력마저 빠져나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생산직 근로자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 그 근로자가 회사에 다니겠나? 바로 이직을 한다. 중소기업에 사람이 부족한 현실을 알고나 하는 소린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 가이드라인은 '방향성'에 관한 것으로 세부적인 기준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총 관계자는 "노사가 판례와 사업장마다 상황을 고려해 기준을 만들면 실효성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노동력이 투입되는 자동차, 조선업계는 확실한 정부 지침이 나오기 전에는 실효성을 가늠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들 업계는 특히 대부분 사업장이 이미 수년 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터라 임금피크제 자체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미 60세 정년을 적용하고 있어 우리 사업장과는 큰 관련성이 없다"며 "구체적으로 법령을 만들면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