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불확실성 해소에 채권시장 '안도'

그동안 채권시장을 짓눌렀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채권 금리가 하락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국채 발행물량에 시장이 안도했다는 분석이다. 그리스 국민투표를 제외하고 당분간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재료는 부재할 것이란 관측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채 3년물 지표금리는 전일 대비 0.2bp(=0.002%p) 내린 1.826%에 마감했다. 전일 금리가 상승한지 하루 만에 반락했다. 채권금리가 내린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상승한다는 뜻이다. 이날 단기물 뿐만 아니라 장기물 금리 모두 하락 마감했는데 다만 장 중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며 금리 낙폭은 축소됐다.


이날 채권시장을 상승세로 끌어올린 것은 정부가 발표한 추경안이다. 기획재정부는 추경 12조원을 포함해 기금, 공공기관 재원 등을 활용한 총 22조원의 재정보강 대 책을 발표했다.

채권업계가 주목했던 부분은 추경안에 따른 국채 발행물량이다. 국채가 예상보다 많이 발행될 경우 수급 부담으로 이어져 채권시장 약세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운데 9조6000억원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예상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채권업계는 그동안 추가 국채 발행물량에 대해 적게는 5조원에서 많게는 10조원 중반대까지도 예상했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에 바이백(조기상환) 등의 용도로 설정한 국채 물량 중 2조원 상당을 이번 추경 물량으로 전용하는 과정에서 추가 국채 순발행 규모는 약 7조6000억원이 될 것"이라며 "매달 1조원 가량 추가 발행되는 물량은 시장에서 소화 못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추경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당분간 국내 채권시장에 큰 재료 요인은 부재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일 그리스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지만 국내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은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데 베팅하고 있다"며 "5일 국민투표에서 예상을 벗어난 큰 이변이 나오지 않는 이상 당분간 국내 채권에 영향을 끼칠 만한 주요 이벤트는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글로벌 금리 상승세가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국채 발행 물량 자체보다도 추경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라며 "최근 선진국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재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재정확대로 국내 경기부양이 가시화될 조짐을 보인다면 채권시장 투심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채 5년물 지표금리는 전일 대비 0.3bp내린 2.131%에, 10년물은 0.8bp 내린 2.522%에, 20년물은 0.9bp 내린 2.722%에, 30년물은 0.6bp 내린 2.808%에 각각 마감했다.

3년 만기 국채선물 9월물은 전일 대비 2틱 오른 108.93에 마감했는데 외국인이 5093계약, 기관이 5130계약 순매수했다. 아울러 10년 만기 국채선물 9월물은 14틱 오른 121.70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70계약 사들이고 기관이 43계약 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