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판 수요 급감… 해양플랜트 불똥 튄 철강업계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실적악화에 의한 조선업계 진통이 철강업계로 번지고 있다. 상선 발주가 줄어든 상황에서 조선소들이 수조원대 영업손실을 초래한 해양플랜트에서 아예 발을 빼거나 소극적 수주 행보에 나서면서 선박용 후판 수급이 더욱 꼬이는 양상이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조선소들이 최근 들어 해양플랜트 비중을 급격히 줄이면서 후판공급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상반기 주요 업체들의 후판 판매실적을 보면 포스코 (398,000원 ▼4,500 -1.12%)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감소한 277만톤, 동국제강 (8,560원 ▼70 -0.81%)은 15.2% 급감한 72만2000톤 판매에 그쳤다. 현대제철 (31,750원 ▼200 -0.63%)만 21.9% 증가한 130만6000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범현대가인 현대중공업의 후광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 수요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조선업계가 고난의 세월을 보내면서 불똥이 철강업계로 튀는 양상"이라며 "하반기에도 이렇다 할 대형 수주 소식이 전해질 것 같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상선 발주 시장이 침체된 와중에 해양플랜트 발주마저 지연되거나 취소되면서 후판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근근이 발주되던 해양플랜트는 조선소들이 수주 활동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한 데다 STX조선해양, SPP조선 등 중소조선사들이 올 4월 40~50%정도 재고 감축을 결정하면서 수급 불균형을 심화 시켰다.

8월 빅3 조선소들이 동반파업에 나설 조짐을 보이면서 하반기 철강업계 주름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사업 구조조정이 겹쳐 부분파업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역시 임단협에 난항을 겪고 있어 빅3 동반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후판 시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철강업계는 연간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경우 연간 매출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35% 안팎에 이른다. 회사는 후판에서 타격을 줄이고자 지난달 포항 2후판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당진 3후판공장 단독 생산으로 전환해 생산 원가를 아끼고 공급량도 줄이겠다는 의도에서다. 후판 매출 비중이 15% 수준인 포스코는 철강 이외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고강도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