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내시경 중 사망한 골프선수…"병원 3억원 배상"

한국프로골프협회에 세미프로로 등록된 골프 선수가 마취제 프로포폴을 이용한 수면내시경 검사 도중 호흡이상 증세를 보여 숨졌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판단해 유가족들에게 총 3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판사 정은영)는 골프선수 C씨(사망당시 40세)의 유족들이 L병원 원장 이모씨 등을 상대로 낸 6억5000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 측이 유족들에게 3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C씨는 2013년 12월 건강검진차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L병원을 찾았다. 병원 측은 C씨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C씨의 수면유도가 되지 않자 병원 측은 프로포폴을 추가로 투약했고 결국 C씨는 수면 상태로 들어갔다.

이후 C씨는 무호흡 증상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산소포화도가 70%정도까지 떨어지는 등 이상 증세도 보였다. 병원 측은 수면내시경 검사를 중단하고 응급조치를 실시했다.

원장 이씨는 옆 병원 의사인 김모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씨와 김씨는 함께 C씨를 돌봤다. 이들은 C씨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등 조치를 했다. 이들은 C씨가 프로포폴에 의한 호흡마비가 온 것으로 판단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발적으로 호흡을 할 것으로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C씨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이들은 결국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C씨에 대해 심폐소생술 등을 실시하고 근처 대학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결국 C씨는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C씨에게서는 특별한 사인이 발견되지 않았다. 국과수는 C씨가 프로포폴 부작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우선 고려해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이씨와 김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검찰은 프로포폴의 투여량과 투여방법이 용법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되는 점과 C씨에게 이상 소견이 발견되자 응급처치를 시행한 점 등을 들어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이들에게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후 C씨의 유족들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주장한 병원 측의 과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C씨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한 이후 수면유도가 잘 되지 않는 등 이상 증세가 있었음에도 병원 측이 C씨가 수면에 들어가기를 기대하고 별다른 감시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병원 측은 호흡이상 증상이 나타난 후 30분 이상이 지난 후에야 119에 신고를 한 과실이 있다"며 "이같은 응급처치상의 과실 등이 C씨의 상태 악화에 기여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병원 측이 C씨에게 프로포폴의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을 소홀히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프로포폴은 호흡억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며 "병원 측이 이같은 내용을 C씨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C씨의 연령, 병력 등에 비춰 갑작스런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것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병원 측의 배상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C씨가 생존했다면 벌 수 있는 돈 등과 유족들의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을 모두 고려해 총 3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