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훔치려던 코트디부아르 국적 중학생에 따스한 손길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검찰청./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학살로 가족을 잃고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코트디부아르 난민 청소년이 한 검사와 자원봉사단체의 도움으로 새 삶을 시작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중학생인 A(15)군은 지난해 8월 동급생 2명과 함께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대리점 직원이 밖에다 내 놓은 휴대전화기 모형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검찰에 송치됐다.


A군과 면담을 하던 소창범 서부지검 검사는 A군이 코트디부아르에서 반군 학살로 아버지를 포함한 일가족을 잃고 지난 2007년 한국인 선교사의 도움으로 어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와 난민 판정을 받은 사실을 알게됐다.

당시 A군의 어머니는 한국어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로 가족이 학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생계는 구청에서 지원하는 바리스타 과정을 통한 수입 월 80만원이 전부였다.

소 검사는 이 사건을 소년보호사건 송치나 단순 기소유예 처분을 하지 않고 A군의 사정을 고려해 각종 지원을 제공해 주는 것이 A군의 장래에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지난 3월 A군을 민간 자원봉사단체 법사랑위원회 선도 조건부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에 법사랑 서울서부지역연합회 청소년 제2분과위원회에서는 용산구청과 연결해 월세 보증금 500만원을 긴급지원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한 A군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3년간 매월 월세 30만원을 모금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법사랑위원회는 A군이 축구선수를 희망하는 것을 알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유니폼 등 장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A군의 어머니에게는 1:1 한국어 교육지원과 함께 컴퓨터를 제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A군과 어머니는 소 검사와 법사랑위원회에 "의지할 곳 없는 타국에서 도움의 손길을 받게 된 것은 신의 은총"이라면서 "더욱 열심히 살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감사 메시지를 보냈다.

소 검사는 A군과 다시 만났던 때를 떠올리며 "표정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밝아졌다"며 "그전에는 워낙 가난해 축구공조차 살 형편이 안됐지만 지금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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