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올라도..電車는 '후진'

환율 기대감도, 저평가 분석도 소용없었다. 8월 첫 거래일에도 국내 증시 대표 수출업종 '전차(戰車)'는 무기력했다. 달러강세 및 원화약세에 따른 수혜 전망은 빗나갔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완성차로 대표되는 본업의 성장성 회복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3일 증시에서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와 현대차 (249,500원 ▼500 -0.20%),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 기아차 (118,200원 ▲1,600 +1.37%), 현대모비스 (240,500원 ▼3,500 -1.43%)는 모두 약세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삼성전자는 0.84%, 현대차는 3.69%, SK하이닉스는 3.10%, 기아차는 3.53%, 현대모비스는 2.81% 하락했다.

이들은 모두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면서 국내 증시의 한 축을 맡고있는 전기전자 및 자동차 산업의 대표 종목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으로 원화 약세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올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3일 종가 117만5000원은 지난해 10월29일(113만원)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 상승도, 중간배당 확대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주가 약세는 무엇보다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에 따른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 IM사업부 영업이익은 2조760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소폭 하회했다. IM사업부가 주춤하면서 삼성전자 연간 실적은 2013년 고점 이후 후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을 위해선 무엇보다 실적 성장성을 회복하거나 혹은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등 본업의 부진이 주가 흐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PC 수요 부진으로 인한 D램 가격 하락 등에 영향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 실적보다 하루 먼저 발표한 2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결정도 주가 하락세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하반기에도 D램 가격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주가의 단기 급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환율 흐름과 무관하게 외국인의 매도 우위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이 바닥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 5월 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623억원, SK하이닉스를 2089억원을 순매도했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입, 인텔과 마이크론의 협업 등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이 부각된 점도 외국인의 투심 악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2분기 실적 발표 시점안팎으로 중간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최근 주가가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냈지만 이날 다시 주저앉았다. 이날 현대차는 7월 차량판매량을 발표했는데 이 발표를 앞두고 부진한 판매량이 예측되면서 투심이 위축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날 현대차는 지난 7월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35만7795대로 전년동기대비 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중국 시장 판매량 급감이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현대차 주가가 환율 영향으로 상승했다면 이날 약세는 자동차 판매량 발표를 앞두고 우려감이 높아진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향후 주가 흐름 역시 본업에서의 실적 회복 추세가 얼마나 나타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모두 올해 주가 하락이 이어지며 증권가에선 지금 주가에 대해 저평가 국면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본업의 성장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않는 이상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환율 등 대외변수도 중요하지만 환율만으로 주가 흐름의 추세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