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리뷰] 누가 로봇을 소유하는가

누가 로봇을 소유하는가?
혹자는 과거의 기술적 전환기를 근거로 들며 자동화와 디지털 기술이 오늘날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당시의 고통과 격변을 무시하는 행위다. 영국의 임금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후 40년간 정체하거나 감소했고, 공장 노동자가 겪은 고통은 당시의 문학과 정치적 저술에 자세히 언급되었다.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신간 ‘더 그레이트 디바이드’에서 대공황도 기술의 변화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부의 형편없는 재정정책과 망가진 은행시스템을 주범으로 꼽는 일반적인 견해와 달리 농업경제에서 제조경제로의 전환을 대공황의 원인으로 봤다.

스티글리츠는 기계화의 도래와 농업발전으로 인해 미국의 농민 수요가 감소했고, 제2차 세계대전이 제조업에 박차를 가하자 근로자들은 변화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스티글리츠에 의하면 오늘날 우리는 제조업 경제에서 서비스 기반 경제로 또 한 번의 변화기를 겪고 있다.

기술발명가들은 기술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인공지능 연구가 호드 립슨은 “엔지니어로서 우리는 자동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왔다”고 한다. “우리는 기계가 일을 최대한 많이 하기를 원했다. 우리는 언제나 생산성을 향상시키길 원했다. 공장에서의 기계 문제나 다른 일자리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이유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단 한 번도 좋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립슨은 개발자들이 이제 목표를 재설정할 것을 제안한다.


“혁신을 축소하라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으로 해결해야 할 새로운 문제가 등장한 것이다. 인공지능이 대다수의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현실에서 사람이 일을 계속하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정답을 모르지만, 개발자들이 해결해야 할 새로운 도전과제인 것은 확실하다.”

교육, 노후화된 인프라, 생명공학, 에너지 같은 분야에 투자하면 새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마틴 포드가 경고한 것처럼 기술적 실업이 경제를 압박하는 가운데 기후변화가 더 심해지면 총체적 난국이 초래할 것이다. 미래는 어떤 기술을 발명하고 사용할지에 대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무인자동차의 등장은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기술로 더 안전하고 편리하며 연비효율이 높은 대중교통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율주행 차량과 트럭으로 고속도로를 채울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일단 단기적으로, 애플스토어나 우버 같은 서비스 집약적 혁신기업을 통하든 인프라와 교육제도 재구축을 통하든, 둔화된 고용시장을 살려줄 가장 좋은 방안은 경제성장이다. 경제성장은 로봇이 사람의 일을 빼앗을 거란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에릭 브린욜프슨 MIT 교수와 함께 ‘제2 기계시대’를 저술한 앤드류 맥아피 교수는 똑똑한 기계의 확산이 많은 일자리를 불필요하게 만드는 ‘공상과학 경제’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유명인사 중 하나다. (‘디지털경제에 대한 공개 항의서’에서 맥아피와 브린욜프슨 등은 기술적 변화에 적응하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안한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엄청난 사회경제적 이득을 가져오겠지만 동시에 ‘경노동’ 경제를 이룰 것이라 한다. 이것이 “중대한 사건인 만큼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도 이르지 않다”고 맥아피는 말하지만, 사실 수십 년 후에야 벌어질 일이라는 점은 그도 인지한다. 한편 그는 친성장 정책 덕분에 자신의 주장이 ‘틀렸다고 입증되길’ 기대한다. “자본주의가 특별한 이유는 사람들이 각자 할 일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특징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다. 맥아피와 브린욜프슨이 ‘제2 기계시대’에서 설명하듯, 현대 기술 발전의 문제점 중 하나는 소수만이 금전적 이득을 취한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교훈처럼 기술은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소득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1968년 현대 기술시대의 창시자 중 하나인 J. C. R. 리클라이더는 ‘소통 장치로서의 컴퓨터’라는 기고문을 공동 집필했다. 그는 ‘온라인 상호소통’을 예측하고 흥미로운 가능성을 설명했다.

리클라이더는 기고문 말미에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온라인 상호소통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온라인이 특권이 될 것인지 권리가 될 것인지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만약 특정 인구집단만이 ‘지능의 확장’을 누리게 된다면 네트워크는 지적 기회의 단절을 강화할 수 있다.”

기본소득보장제도 같이 소득 하위집단에 안전망을 제공하거나 부를 재분배하는 정책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경제를 위협할 때 가장 좋은 대응책은 리클라이더가 ‘지능의 확장’이라 부른 것에 보다 많은 사람이 접근해 신기술이 창조하는 부의 혜택을 입게 하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경력을 쌓으면서 양질의 교육과 훈련을 받도록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하버드대를 대표하는 노동경제학자 리차드 프리먼은 보다 많은 사람이 ‘로봇을 소유’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그가 말하는 로봇은 공장의 기계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자동화와 디지털 기술을 포괄한다. 기술을 동원하는 이익배분 프로그램과 종업원지주제도가 이미 존재한다. 그는 다른 현실성 있는 투자 프로그램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로봇과 인공지능은 필연적으로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기에 누가 됐든 자본을 소유하는 사람이 이득을 누리게 된다. 지난 수십 년처럼 가장 부유한 계층만 신기술의 혜택을 누리면 디스토피아적 세상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계’라는 도구의 소유권을 더 폭넓게 공유하면 대다수의 사람이 생산성을 높이고 소득과 여가를 늘릴 수 있다. 그렇게 사회가 갈수록 부유해지면 기술 혁신과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중산층 드림’도 회복될 것이다.
번역 김은혜


[본 기사는 테크엠 (테크M) 2015년 8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 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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