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에 '깜깜이' 공매도 폭탄 맞은 제약·바이오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을 기대하고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가 제약·바이오 종목에서 급증하는 추세다. 과거 공매도가 거의 없었던 대형 제약주에서도 최근 공매도가 크게 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어떤 투자자가 공매도를 하는지 알 수 없어, 주가급락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공매도가 집중된 회사들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업체 셀트리온 (176,600원 ▼800 -0.45%)의 지난주 (8월17일~21일) 공매도량은 126만8636주로 전체 거래량 684만3491주의 18.5%를 차지했다. 셀트리온의 지난주 공매도량과 매매비중은 전체 코스닥 종목 중에서도 가장 많았다. 해당기간 동안 셀트리온 공매도 평균가격은 7만2807원이다. 이날 종가 6만1700원을 적용하면 이 기간 동안 셀트리온 주식 공매도에 참여한 투자자는 15% 정도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셀트리온은 2011년 이후 수차례 대규모 공매도에 시달려 왔다. 지난 4월 셀트리온 주가가 연중 고점에 이르자 잠잠하던 공매도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올 들어 주가가 급등한 바이오종목에서도 공매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주 바이로메드 (4,260원 ▼150 -3.40%) 주식거래 중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8.5%였다. 코미팜, 마크로젠, 삼천당제약, 크리스탈, 오스템임플란트, 안국약품 등도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이 4%가 넘었다.

김성재 대우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주가가 4월부터 회사 실적과 상관없이 급등하면서 공매도가 집중됐다"며 "이들 종목 주가가 어느 정도 조정을 받았는데도 공매도가 다시 이어지는 것은 국내 증시 전체 하락을 예상하고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공매도 거래가 거의 없었던 종목에서도 공매도가 급증하고 있다. 녹십자홀딩스 (15,270원 ▲20 +0.13%), LG생명과학, 종근당, 환인제약 등에서는 지난주 전체 거래량의 10%가 넘는 공매도가 이뤄졌다. 녹십자, 유한양행, 대웅제약,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부광약품의 공매도 역시 전체 거래량의 5%를 넘어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형 제약주의 경우 주가 변동 폭이 크지 않아 공매도가 거의 없었다"면서 "올 들어 제약·바이오주 주가가 급등해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매도가 급증하고 있지만 해당 업체들은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현행 공매도 공시제도로는 실제 공매도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누가 공매도를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012년부터 공매도 투자자가 일정비율 이상의 공매도 잔고를 보유한 경우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를 통해 보고하도록 하는 공매도잔고 보고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받는 주체가 금융감독원으로 시장에는 공매도 잔고가 공개되지 않고 있고, 보고를 하지 않아도 제제조항이 없다. 이런 문제를 보완해 공매도 공시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 된지 2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인위적인 주가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주를 이루는 코스닥시장에서는 제한해야 한다"며 "제한이 안된다면 공매도 공시제도를 바꿔서 공매도 실체를 기업과 개인투자자들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