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이주열 오늘 비공개 회동…경제현안 논의

최경환 경제부총리(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우). /사진제공=뉴스1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년 만에 비공개로 만난다. 연내 미국 금리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최근 중국발 경제리스크가 부각된 상황에서 양대 경제수장이 만나 어떤 대응책을 논의할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8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최 부총리와 이 총재가 각 기관 주요간부가 배석한 가운데 회동할 계획이다. 기재부에서는 1급 차관보급 이상, 한은에서는 부총재보와 통화정책국장, 조사국장 등 고위 간부들이 각각 7~8명씩 함께 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두 ‘친선 차원’의 만남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으나, 지난해 7월 첫 회동이 최 부총리의 취임을 축하하는 공개석상에서 진행된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핵심 고위 간부들과 함께 비공개로 만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두 인사는 지난해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같이 묵던 호텔에서 저녁에 비공개로 만난 바 있다.

이른바 ‘와인 회동으로 불린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가 “같은 호텔에서 만나 와인을 마신게 전부”라고 해명에 나섰으나 금리 관련 논의를 했냐는 질문에 “척하면 척”이라고 답하면서 ’교감설‘이 회자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이후 불과 10개월 사이 한은이 경기부양 지원을 위해 기준금리를 네차례 잇따라 내리면서 시장에선 두 인사의 만남을 금리조정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그동안 두 인사는 경기침체 대응을 위해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이라는 정책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1.5%라는 사상 최저금리 수준이 이어지면서 가계 빚이 급증하는 문제점도 만만치 않아 최근에는 한은을 중심으로 ‘금융안정’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갑작스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추경과 금리인하를 동시에 단행했지만, 이같은 단기처방보다는 고용 등 경제전반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힘을 받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모든 경제현안의 대응책에 금리인하를 고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이는 앞으로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며 “약(금리인하)을 계속 먹으면 내성이 생기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통화정책은 경제현상 전반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동에서는 금리보다는 올해 연말 공개될 중기 물가안정목표제를 비롯해 가계부채 관리방안 등이 주요 논의 의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한은은 3년 전 설정된 중기 물가안정목표(3%±0.5%p)가 최근 저성장과 저물가 현상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물가안정목표를 2%대(2.5%±0.5%p)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의 경우 위험도가 낮은 주택담보대출보다 생활비 등으로 소진되는 제2금융권의 고금리 무담보 신용대출 급증 추세에 대한 대응책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대외적 위기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의 회생지원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와 한은은 27일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신용보금기금에 각각 500억원씩 출연금을 지원키로 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양기관 비공개 회동과 관련 “어떤 뚜렷한 의제를 협상하기 위해 모인 자리라기보다 경제현안 전반에 대해 격의없이 논의하는 자리로 알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