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아이들, 해체되는 가정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종아동 발생건수는 △2011년 2만8099건 △2012년 2만7295건 △2013년 2만3089건 △2014년 2만1591건으로 매년 2만건을 넘는다./ 사진=윤준호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들뜨고 설레는 이가 많지만 장기 실종아동 부모들에겐 다른 나라 얘기다. 부모들은 십수년간 아이를 찾아 다니면서 몸과 마음은 물론 가정과 생계마저 파탄나기 일쑤다.

28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종아동 발생건수는 △2011년 2만8099건 △2012년 2만7295건 △2013년 2만3089건 △2014년 2만1591건으로 매년 2만건을 넘는다.

이 가운데 아직까지 부모 품에 돌아오지 않은 아동은 △2011년 23명 △2012년 70명 △2013년 74명 △2014년 87명으로 총 254명이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십수년간 아이를 찾아 다니면서 마음은 피폐해지고 생계 역시 무너졌다. 대부분 장기 실종아동 가정이 갖고 있던 집을 팔고, 막대한 빚에 허덕이는 경우도 상당수다. 부부는 경제적·심리적 고통으로 절반 이상이 이혼했다.

16년째 잃어버린 딸을 찾아 전국을 헤매고 있는 윤봉원씨(54)는 현재까지 쓴 돈만 1억원이 넘는다. 살던 집을 팔았지만 매달 딸 찾는 데 들어가는 100만원 이상 비용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같이 살던 아내는 이미 오래전부터 별거중이다.

인천에 사는 정혜경씨(54·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997년 아들을 잃어버린 뒤 물불 안 가리고 찾아다녔다. 그러는 동안 늘어난 빚에 살던 집은 넘어갔고, 잦아진 다툼 끝에 남편과도 2001년 이혼했다. 최근엔 개인파산까지 신청했고, 현재는 하는 일 없이 기초수급비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전미찾모) 회장은 "실종된 아이를 발 벗고 찾으러 다니는 동안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고 부부간 다툼이 일어나면서 해체된 가정이 적잖다"며 "24년간 이 일을 하며 지켜본 결과 실종아동 가정 70~80%가 해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 하나가 실종됨으로써 결국 가정 전체가 파탄나는 꼴"이라며 "한 개인, 한 집안을 넘어 국가와 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실종아동신고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국번없이) 182 또는 112
-(사)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 02-963-1256
-경찰청 안전드림(Dream) 홈페이지: //www.safe182.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