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재건축카드 꺼내든 정부…"집사기 더 힘들어졌다"

@김지영 머니투데이 디자이너.

정부가 2일 내놓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방안'에는 또다시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이 포함됐다. 지난해 9월1일 '서민주거안정 강화방안'을 내놓은 지 1년만이다. 당시에도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단축하고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등 재건축 사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었다.

정부는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도심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택공급 촉진을 도모해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꾀한다는 방침이지만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 혜택이 집중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겨 가계부채 증가, 투기촉진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실제로 올들어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시장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일반분양되는 재건축·재개발 물량은 1만3523가구로 2002년 이후 가장 많다. 조합원 몫을 포함하면 4만5400가구에 달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아파트값이 떨어지면서 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졌지만 최근 들어 초과이익환수제 폐지·재건축 연한 단축 등 규제가 사라지면서 사업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찬밥 신세였던 조합원 입주권도 올 들어 수천만 원씩 오르고 웃돈도 1억~2억원 이상 붙어 있다.

올해부터 재건축·재개발과 같은 민간택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분양가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덩달아 주변 아파트값까지 뛰면서 서민들의 내집마련은 더 힘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이번 정부 대책 역시 대다수 서민을 위한 주거 안정책과는 거리가 멀고 특정 지역의 이익 실현을 위한 투기책"이라며 "사업성이 있는 강남과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무분별한 재건축 추진이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선 '규제 합리화'란 명목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이 더 좋아졌다. 정비사업 동의율이 완화되고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권한도 도지사에서 시장·군수로 넘긴다. 용적률을 올려주는 대신 받는 임대주택이나 기부채납도 개선해 조합측에 유리하도록 바뀐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로 말미암은 무분별한 재건축 추진을 우려하면서 지나친 가격 상승, 투기증가 등 불안 요인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과거 재개발 사업 남발로 부동산시장이 왜곡되고 침체했던 쓰라린 경험을 하고도 이런 대책을 내놨다"며 "정비사업 활성화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론 시장 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의 현 거시경제 상황으론 집을 구매할 때 발생하는 가계부채, 집값 상승에 따른 계층 양극화, 불로소득 발생에 따른 위화감 조성, 자본의 투기화 현상 등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가 사회통합을 위해 서민들이 실질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조합설립 등 사업 초기단계의 절차를 간소화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정비사업으로 이주수요 증가가 우려되는 경우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필요시 지자체와 협의, 이주시기를 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