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RPG의 대세 '자동전투'… '보는 게임'의 시대 열다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뮤 오리진'에서 자동전투 기능을 활용해 게임을 즐기는 모습.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갓 오브 하이스쿨'을 즐기는 안모씨(31)는 하루 종일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긴다. 직업의 특성상 거래처를 돌면서 일해야 하지만 '자동전투' 덕분에 끊임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전투가 끝난 뒤 결과만 확인하면서 캐릭터를 키워나가면 되기 때문. 안씨는 "자동으로 진행되는 전투보다는 다양한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e스포츠 전성시대를 연 온라인 RTS(실시간전략게임) '스타크래프트'는 게이머의 유닛 조작능력(컨트롤)에 따라 경기 결과가 좌우된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활용한 프로게이머들의 화려한 컨트롤은 게임과 스포츠의 융합을 가속화했고, '보는' 게임의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후반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모바일게임은 또 다른 형태의 '보는' 게임의 영역을 개척했다. 온라인게임에선 다른 이들의 게임 플레이를 시청했지만, 모바일게임은 게임진행 자체가 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모바일게임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레이븐', '뮤 오리진', '세븐나이츠' 등 RPG 게임들은 캐릭터가 알아서 전투를 수행하는 '자동전투' 기능이 포함돼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게이머는 캐릭터의 능력치, 아이템 등을 설정하면 전투장면을 지켜보면 된다. 자동전투 도입 덕분에 조작능력이 중요한 RPG 장르를 모바일로 이식할 수 있었다. 대부분 게이머들이 자동전투로 모바일 RPG를 즐기고 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이제는 모바일 RPG 장르에서 자동전투를 도입하지 않으면 화제가 되는 상황"이라며 "대세로 거듭난 자동전투는 RPG가 흥행한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201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

자동전투는 모바일의 짧고 잦은 이용패턴과 세밀한 조작이 어렵다는 특성을 반영한 기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모바일게임의 1회 평균 이용시간은 주중 37분, 주말 55분으로, 온라인게임(주중 65분, 주말 99분)에 비해 주중 28분, 주말 44분이 적었다. 모바일의 경우 게임뿐 아니라 메신저, 검색, SNS 등 기능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의 1회 이용시간은 더 짧을 수밖에 없다.


조작보다는 캐릭터 육성이 중심이 되는 게임진행 방식은 수익창출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대부분 모바일 RPG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캐릭터 또는 아이템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어느 정도 게임의 재미를 느낄 때쯤 아이템 구매를 유도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 게임분야 최고매출 순위에서 '레이븐'(1위), '세븐나이츠'(2위), '뮤 오리진'(4위), '몬스터 길들이기'(6위), '갓 오브 하이스쿨'(10위) 등 RPG가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자동전투가 모바일 RPG의 핵심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게임사들은 스토리 모드, 이용자 간 대결(PvP) 등 게이머가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도 제공한다. 한 게임개발사 대표는 "자동전투의 등장은 현대인들의 각박한 삶과도 관련성이 있다"며 "게임을 긴 시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사라졌기 때문에 자동전투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