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개별 주식선물, 절반의 성공

지난 8월에 개장한 코스닥 주식선물시장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증시 급락장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했지만 거래량이 적어 호가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주식선물 10종목의 일평균 거래량은 1959계약 이다. 셀트리온이 3431계약으로 가장 많았고 CJ E&M(2665계약), 씨젠(2593계약)이 뒤를 이었다. 주식선물의 거래량은 그날 시황에 따라 부침이 심하지만 대형종목의 경우 1만~2만주 수준이다.

이 거래량은 선물 매수/매도를 합친 것이지만 중소형주일수록 숏(매도)의 수요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PI(자기자본투자) 관계자는 "지난 8월 코스닥시장이 급락하면서 중소형주 숏 기회가 수요가 늘어났다"며 "기관투자자 중에서는 주식선물로 이익을 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주식선물은 공매도에 비해 숏 비용이 저렴하다. 우리나라에서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차수수료를 내고 실물 주식을 빌려야 한다. 대차수수료는 종목과 대여 기간에 따라 다른데 셀트리온의 경우 한때 대차수수료만 20%에 육박하기도 했다. 현재는 2~3%로 낮아졌지만 1% 수익에도 민감한 기관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반면 주식선물은 특별한 비용이 필요 없다. 증권거래세도 내지 않는다. 거래할 때도 전체 거래금액이 아닌 증거금만 내면 돼 레버리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증거금률은 주식의 변동성에 따라 분기에 한번씩 조정된다. 셀트리온의 증거금률은 약 30%이므로 셀트리온 선물 1계약(10주)를 거래한다면 20만7600원만 필요하다. 셀트리온 보통주 10주를 매수하려면 69만2000원이 든다.

코스닥 주식선물 시장은 그러나 거래량이 적어 매매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파생상품 거래 규제와 코스닥 주식을 장기 투자하지 않는 풍조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20만원어치인 셀트리온 선물 1계약을 거래하더라도 기본 예탁금 3000만원이 필요하다. 사전교육·모의투자교육도 총 8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파생상품 시장에는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투자자들이 있어야 매매가 체결되는데 현재는 시장 참여자가 너무 적어 서로 마음에 드는 가격에 매매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주식선물시장에도 LP(유동성공급자)가 있기는 하지만, LP 역시 주식선물 거래를 헷지하기 위해서는 현물 주식을 거래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A 주식선물의 매수 주문을 체결해 주기 위해서는 LP도 A 현물 주식 매도 포지션을 구축해 놔야 하는데 중소형주는 여타 기관투자자와 마찬가지로 대차 물량을 구하기 어렵다는 난제에 빠진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달 상장된 코스닥 150 ETF(상장지수펀드)가 자리를 잡는다면 코스닥 개별 주식선물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ETF에는 코스닥 주식 실물이 담겨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주식을 빌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회 위원장은 "코스닥 150 ETF는 출시 초기부터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다양한 헷지수단이 생기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코스닥 시장 진입이 쉬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