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세도 7000만원 뛰어"…살곳 못찾는 신혼들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 강남 출·퇴근 용이 9호선 라인 인기에 매물 부족
- 곳곳 신축빌라 공사 한창 … 중개업소 매매 권유

@유정수 머니투데이 디자이너.

#올겨울 전세 만기를 앞둔 2년차 주부 이모씨(34)는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양천구 목2동 인근 아파트 전세를 알아보기 위해 중개업소 이곳저곳을 다녀봤지만 매물이 없는 것은 물론 그나마 나온 전셋집도 보증금이 너무 비싸 포기했다. 신혼집으로 마련한 전용 50㎡ 4층 빌라에서 2년 더 살까도 생각해 봤지만 아기가 태어나 오르내리기가 불편한 데다 좁다 보니 주머니 사정에 맞춰 빌라를 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빌라 전세 역시 매물이 거의 없고 조건에 맞는 전셋집은 비싸기 일쑤였다. 결국 이씨는 한 달여간 발품을 팔고 알아본 끝에 강서구 등촌동 부근의 전용 53㎡ 2층 빌라를 계약했다. 2층인데다 엘리베이터가 있고 신축이어서 내부 인테리어가 아파트 못지 않았다. 다만 전세보증금은 2억2000만원으로 2년새 7000만원이나 더 마련해야 했다.

"요새 신혼부부들이 강남이나 여의도로 출·퇴근이 용이한 지하철 9호선 라인을 선호하다 보니 방 구하러 많이들 찾아오는데 전세 물건이 거의 없어요. 그나마 있어도 오래됐거나 가격이 많이 올랐어요."

지난 5일 지하철 9호선 염창역 인근 목2동·염창동 공인중개소 몇 곳을 돌며 전셋집 시세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대동소이했다. 오히려 전셋집을 추천하기보다 급매물로 나와 가격이 저렴하다며 빌라 매매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목2동 J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염창역은 9호선 급행이 서는 데다 가격이 저렴해 신혼부부들이 많이 선호하는 지역”이라며 “방 2개짜리 빌라 전세도 2년새 5000만원 이상 올라 2억원 선이니 차라리 그 돈이면 1억8000만원에 나온 빌라를 사는 게 낫다”고 귀띔했다.

'빌라촌'으로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서울 양천구 목2동 주변 도시형생활주택 신축공사 현장. / 사진=송학주 기자

이처럼 전세금이 아파트 매매가의 80~90%에 육박하는 등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으면서 최근 20~30대 신혼부부 사이에서 다세대·연립주택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보다 아파트보다 싸다는 점이 가장 큰 인기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서울의 대표적 빌라촌인 양천구 목2동·강서구 염창·등촌동 등은 곳곳에서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다. 단독주택이나 낡은 저층건물을 허물고 빌라로 신축하고 있는 것이다.

동네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 입구 곳곳에서는 어김 없이 신축빌라 분양을 알리는 광고전단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등촌동 인근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방 2개짜리 신축빌라(전용 40~50㎡) 전셋값이 1억7000만~2억원, 방 3개(전용 60~70㎡)는 2억2000만~2억5000만원 수준으로 매매가와 큰 차이가 없다”며 “아파트와 달리 강남과 비강남 가격 편차가 거의 없고 오히려 역세권이면 더 비싼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축공사가 많다 보니 거주환경은 좋지 못했다. 소음과 분진 등으로 고통을 겪는 주민들도 있었다. 현재도 주차할 곳이 없어 도로가에 즐비하게 서 있는 자동차들로 이동에 불편함을 겪는데 나중에 더 걱정이라며 우려하는 주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