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1兆 사회환원' 주장의 내막은…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개편과 IPO(기업공개)의 근거를 제공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26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의 김기식 새천년민주연합 의원은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해 상장차익 환수방안이 구체화되지 않는 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도 김 의원 측은 "거래소가 아무런 방안을 내놓지 않았는데 무슨 논의를 한다는 건가"라며 논의를 일축했다고 전해졌다.


상장차익이 얼마나 되며 이를 어떻게 환원할지를 내놓으라는 게 김 의원 요구의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 측이 "상장차익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의 사회환원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의원실 관계자는 "상장차익을 1조원으로 못 박고 환원하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며 "상장차익이 3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기존 연구결과와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예탁결제원 지분 70%를 매각한 것을 더하면 총 1조원 정도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래소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얻은 기업가치라는 점에서 사회에 환원하는 게 옳다"며 "자본시장법 통과로 거래소가 지주사 체제로 개편된다고 하더라도 상당기간 거래소가 사실상 독점지위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사회환원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거래소 측은 두 가지 측면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선 거래소 관계자는 "공모가가 얼마가 될지 모르는 현 시점에서 상장차익이 얼마이니 얼마만큼을 환원하겠다고 약속하기 어렵다"며 "김 의원이 수년간 정무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시장 메커니즘에 대해 잘 알 법도 한데 이같이 주장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간밤 구체적인 상장차익 사회환원 방안이 나온 것이 있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별 다른 것이 없다. (거래소가) 우리 것이 아니지 않나"라고 답했다. 현 시점에서 구체화된 환원방안을 내놓기 어렵다는 얘기다.

아울러 김 의원이 거래소의 예탁결제원 지분 전량매각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부분도 문제로 꼽힌다. 거래소 지주체제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예탁원은 공공성을 이유로 거래소 지주에서 독립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현재 거래소는 예탁원 지분 70.43%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거래소는 예탁원 지분을 50% 이하로 낮추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거래소가 예탁원 지분을 즉각 전량매각한 후 그 대금까지 사회에 환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 의원 측은 "예탁원이 공공성을 이유로 거래소 지주에서 이탈하는 게 기정사실화됐는데 비상장상태인 예탁원 지분을 보유할 실익이 없지 않느냐"며 "이같은 차원에서 지분전량 매각을 전제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거래소 관계자는 "하루 아침에 지분을 전량 처분하라는 요구는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70%에 이르는 예탁원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또 "거래소에서 체결되는 주식의 거래가 청산, 결제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예탁원 업무와 거래소 시스템의 상관관계가 높다"며 "이를 감안할 때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게 불합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이날로 공식 일정이 마무리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27일로 예정된 정무위 전체회의에 앞서 법안심사소위가 개최돼 자본시장법을 재심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