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군용기 격추 터키 제재조치 발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터키군이 자국 전폭기를 격추한 데 따른 보복으로 비자면제 프로그램 중단을 비롯한 대터키 제재안을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터키와의 비자면제 프로그램 중단, 자국민의 터키 여행 금지, 터키 국민 고용 금지 등의 제재조치를 담은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러시아는 터키로부터 특정 품목의 수입도 제한할 방침이다. 다만 수입제한 품목은 아직 특정하지 않았다.

터키와의 비자면제 프로그램은 내년 1월1일부터 중단된다. 아울러 터키에 대한 전세기 취항과 여행사의 터키 여행 관련 상품 판매도 중단된다. 러시아인들의 터키 여행이 사실상 금지된 셈이다. 터키는 러시아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로 올해 1-9월에만 330만명의 러시아인이 터키를 방문했다. 터키를 방문하는 러시아인은 연간 450만명가량으로 터키 전체 관광객의 12%를 차지한다. 터키 여행업계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밖에 러시아 정부는 자국 기업의 터키인 고용도 제한하기로 했다. 터키 기업들은 러시아 건설시장에 하청업체로 많이 진출해 있다. 또 터키 선박과 트럭 등에 대한 통제도 강화된다.


러시아 정부는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일련의 제재조치를 무기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흑해 연안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확장공사와 터키 원자력 발전소 건설공사를 중단하는 등 추가 제재를 취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이번 행정명령에 이들 프로젝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러시아는 터키군의 F-16 전투기가 지난 24일 터키 접경 시리아 반군 점령지역을 공습하던 자국의 SU-24 전폭기를 격추한 것을 두고 터키가 등에 칼을 꽂았다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터키는 러시아 전폭기가 10차례나 영공 침범 경고를 받고도 무시했다는 입장인 반면 러시아는 격추된 전폭기가 시리아 상공을 비행 중이었으며 경고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맞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재차 사태의 진정을 호소하며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촉구했지만 러시아가 요구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이날 TV 회견에서 터키가 오는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때 에르도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