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수당 '범죄'라는 정종섭… 박원순 "과하다" 반박

황교안 국무총리(오른쪽)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5.12.1/뉴스1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국무회의에서 서울시가 추진 중인 청년활동비 지원사업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정 장관이 청년수당을 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며 발언 수위를 높이자 박 시장은 지나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지자체가 임의로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교부세를 삭감하겠단 정부 방침이 확정되자 서울시는 이날 오후 공식 유감 표명을 하고 지방자치를 침해하는 위헌소지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활동비 지원을 놓고 서울시와 정부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


정부는 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지자체가 사회보장기본법상의 사회보장제도를 새로 만들거나 바꿀 때 정부와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지방교부세를 깎는 지방교부세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핵심 사업으로 추진 중인 청년활동 지원사업도 사회보장제도 범주에 포함돼 보건복지부 협의를 거쳐야 하는 대상이 됐다.

청년활동 지원사업은 서울시가 내년 1월부터 20대 미취업 청년 3000명을 선발해 최대 6개월간 50만원씩 활동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행자부의 교부세 시행령 개정으로 시가 복지부와 협의하지 않고 청년수당을 강행할 경우 교부금이 감액될 처지에 놓였다. 청년활동지원 사업에 편성된 예산 90억원만큼 교부금이 삭감될 수 있다. 다만,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 대비 재정여건이 양호해 중앙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는 현재 받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정 장관과 박 시장 간의 설전이 오갔다.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에 따르면 정 장관은 "청년활동 보장지원 사업을 얘기하는데 사회보장기본법 위반에 대한 제재 조치가 없다"며 "범죄로도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정책의 차이를 가지고 범죄 이런 얘기를 하시는 것 자체가 과한 말씀"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서울시의 반대 의견에도 정부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가 지방교부세를 수단으로 해서 지방의 지역 복지사업 전반을 중앙에서 승인토록 규정하는 것은 지방교부세법 위배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지방자치의 원칙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후속조치까지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서울시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한다고 규정한 지방자치의 본질과 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가 미치지 못하는 현장과 수요가 있기 때문에 지방복지가 필요하고 이는 서울시 청년활동 지원 사업의 본질"이라며 "이를 무색하게 하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경쟁력의 싹을 자르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복지부와 청년활동 지원사업을 협의하는 방안도 법률적 검토를 거쳐 판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