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앓던 90억대 자산가…혼인신고 열달만에 '걸인'된 사연

머니투데이

박성대 기자

치매를 앓던 90억원대 자산가가 20세 연하의 여성을 소개받아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 걸인으로 전락했다.

국내 정보기술 분야에서 유명한 사업가의 아들인 A씨(83)는 젊은 시절 외국에서 일한 뒤 귀국해 사업을 물려받아 운영했다. A씨는 나이가 들면서 치매를 앓게 됐고 미국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러던 중 2013년 목사 B씨에게 C씨(61·여)를 소개받았다. C씨는 A씨를 만난 지 2개월 만인 2013년 10월 A씨 소유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일대 토지를 본인에게 넘겨준다는 토지양도증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 증서엔 "10년간 성심성의로 돌봐준 은혜에 보답하고 하나님에게 가는 날까지 돌봐주기로 하는 것으로 해 이 토지를 C씨에게 양도한다"고 적혀있었다.

C씨는 A씨에게 유언장까지 작성하도록 했다. 유언장엔 "반평생을 돌봐준 C씨에게 전 재산을 양도하기로 하고 자식, 형제 등 누구도 이유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이어 A씨를 미국에 데려가 그곳에 보유하고 있던 펀드 등을 모두 현금화하고 귀국한 뒤 종로구에 가지고 있던 토지를 팔아 2억4000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C씨는 이후 A씨를 데리고 계속 주거지를 옮겨 다니면서 가족과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다 C씨는 2014년 1월 A씨와 혼인신고를 한 뒤 A씨의 재산을 본격적으로 처분하기 시작했다.

10개월만에 A씨가 보유하고 있던 광화문우체국 일대 토지 등 총 9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모두 매각해 현금으로 바꾼 뒤 같은 해 10월 A씨와 이혼했다.

혼자가 된 A씨는 2014년 겨울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구걸하다가 경찰에 발견됐다. A씨는 이혼 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오피스텔에 방치된 채 지내고 있었다.

결국 A씨 측은 지난해 12월 10일 서울가정법원에 C씨를 상대로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A씨 측의 손을 들어줘 혼인 무효가 되면 C씨가 처분한 재산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A씨 측은 "치매로 혼인을 식별할 의사 능력이 없기 때문에 C씨가 한 혼인신고가 무효"라는 주장이다.

한편 법원은 혼인신고가 됐더라도 당사자 일방에게만 부부관계 설정을 바라는 효과의사가 있고 상대방에겐 그런 의사가 없는 혼인을 무효로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