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삼성전자에 팔리길 바랐는데···"

두산인프라코어 분기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손실) 추이.

"삼성전자가 인수하길 바랐는데..."

유동성 문제로 이달내 '알짜'인 공작기계사업부를 매각해야 하는 두산인프라코어 (8,020원 ▲50 +0.63%) 직원들의 속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976년 경남 창원 산업단지에 둥지를 튼 후 국내 공작기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이 회사의 공작기계사업부는 2014년 기준 영업이익률 11.8%, 영업이익 1571억원으로 회사 전체 영업이익(4530억원)의 35%를 차지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당장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000억원을 갚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이 알짜 사업부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는데,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C PE(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처럼 '싸게 사서 비싸게 팔려는' 사모펀드보다는 '갤럭시S6 엣지' 이후로 휴대폰을 곡면으로 깎아 만드는 금형 기술이 중요해진 삼성전자가 사주길 바랐다는 얘기다.


공작기계, 건설기계, 엔진이 주력인 이 회사가 잘 나가는 사업부 하나를 매물로 내놓을 만큼 사정이 어려워진 결정적인 이유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공작기계가 아니라 건설기계 장사가 안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저성장 국면으로 인한 중국내 건설기계(중대형 굴삭기) 판매 급감으로 작년에 "중국 장사가 하나도 안됐다"는 평가다. 아직 4분기 실적은 나오지 않았지만,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간 기준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DICC·Doosan Infracore China Co.)이 영업손실 783억원, 영업손실률 20%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용 굴삭기 판매를 주로 하는 중국 법인의 지난해 연간 예상 매출은 3914억원인데, 2010년에는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만 2조원대 매출을 올렸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늦어도 이달 내에는 SC PE와 공작기계사업부 매각 본계약(SPA·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20일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공작기계사업부 매각 본계약을 늦어도 이달 내에는 체결하겠다"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1월말 이내에 진행경과를 재공시하도록 하겠다'는 지난 15일 공시가 본계약 체결 날자를 1월내로 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주중에 SC PE와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매각 가격 등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계약 체결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SC PE가 1조3600억원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찰됐으나, SC PE측이 추가로 가격을 내리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사업부 매각을 완료하고 다음달 첫째주 2015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200억 영업이익, 2121억원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4분기 실적에는 대규모 구조조정 비용과 브라질 공장 폐쇄 등이 반영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8일 최형희 두산인프라코어 CFO(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는 기관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투자레터를 통해 공작기계사업부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또 두산인프라코어의 자금사정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고 전했다.

최 부사장은 "시장에서는 '공작기계사업부 본 매각계약이 결렬됐고 이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가 대규모 차입금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심각한 유동성 부족에 빠질 것'이라는 루머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SC PE와)와 최종 계약조건을 조율하는 마무리 과정에 있고 당초 예정한 1월 중순(1월 20일)까지 마무리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 우려하듯이 거래가 장기 지연되거나 혹은 무산돼 두산인프라코어의 자금사정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추측은 심각한 오해"라고 강조했다.

최근 증권가에서 두산인프라코어가 시중은행들에 1조원 이상을 갚아야하는데 유동성 부족으로 돈을 못갚으면 부실채권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캣 인수로 인한 순차입금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5조2888억원이며 이 때문에 연간 3000억원 가량 금융비용이 발생해 실적을 갉아먹고 있다. 당장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만 4000억원인데 공작기계사업부 매각으로 이를 갚을 예정이다. 앞서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캣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로 7000여억원의 자금을 조달했고 이를 차입금 상환에 사용해 부채비율을 2분기 280%에서 3분기 227%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