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불황에 PEF휘청…'네파에 1조'MBK 속앓이

거품이 빠지며 재고가 늘어가는 아웃도어 시장의 불경기에 사모펀드까지 주름이 깊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로 아웃도어 의류회사 네파에 2012년 1조원을 투자한 이 회사는 네파의 영업이익률 급감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업계에서는 MBK가 투자금을 제대로 회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파의 2014년 매출액은 4732억원으로 전년대비 0.6%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영업이익은 929억원으로 전년대비 21.3% 감소했다.

2012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률은 2년 만에 35.1%에서 19.6%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제자리걸음을 하기에도 힘겨울 만큼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며 대부분 업체들의 수익성이 전년보다 악화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네파는 특히 올해 1월 들어 박창근 대표가 실적 악화 등 영향으로 사임하는 등 지난해에도 실적 개선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보다 악화된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1월부터 약 1조원을 투자해 네파 지분 94.2%(우선주 포함)를 인수했다. 향후 IPO(기업공개)를 통해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짤 경우 시가총액이 1조원에 달해야 원금 회수가 가능한데 실적 성장이 나타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시장의 가치 평가가 좋을 리 없다.

우선 2014년 기준 실적 및 재무 현황과 시가총액 1조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네파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약 2배, PER(주가수익비율) 약 14배,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멀티플 약 12.6배 수준이다. 이는 노스페이스를 보유한 영원무역의 PBR 2.2배, PER 15.6배, EBITDA 멀티플 10.2배와 비교할 때도 높은 수치다.


추가적인 실적 성장 추세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IPO 과정에서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가치 평가를 받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경우 IPO 계획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BK파트너스는 네파에 대해 매년 액면배당률 300~600% 수준의 고배당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결국 엑시트(자금회수)를 위해선 기업가치 상승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 PE 업계 관계자는 "네파는 씨앤앰과 함께 MBK파트너스의 대표적인 투자 실패 사례로 꼽힐 수도 있다"며 "국내 아웃도어 의류 산업이 단기간에 이 정도로 레드오션이 될 것이라고는 투자 당시에 예측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아웃도어 관련 기업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의류 소비 지출 감소와 여러 브랜드의 난립으로 인한 치열한 경쟁이 업계 전체의 실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노스페이스로 유명한 영원무역 (37,650원 0.00%), 디스커버리를 판매하는 F&F (14,740원 ▼210 -1.40%), 라푸마를 보유한 LF (15,160원 ▲10 +0.07%) 등 아웃도어 브랜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주요 상장기업의 최근 1년간 주가 약세 현상도 확연하다.

교보증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형 브랜드 의류 상장기업 10개 회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2012년 6.1%에서 2013년 5.5%, 2014년 5.2%, 2015년 4.1%(추정)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정체돼 있는 백화점 정상가 판매율과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등 요인을 고려하면 올해에도 국내 브랜드 의류 회사들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