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는 말에 산 아파트, 창문 여니 공동묘지가…

/사진=머니투데이DB

#올해 마흔살이 된 회사원 박진수씨(가명)는 요즘 부동산 투자를 고심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 연말 주식형 펀드에 넣어놨던 여윳돈을 만기 1년짜리 정기예금으로 돌렸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불황 등 글로벌 증시 분위기가 심상찮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덕분에 최근 급락장세는 피할 수 있었지만 은행에 돈을 두자니 왠지 하루하루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주거래은행 우대금리를 더해도 정기예금 금리는 채 1%가 되지 않는다. 1년 동안 돈이 묶여 있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1%로는 좀처럼 성이 차지 않는다.

박씨는 원금 손해 우려는 크지 않으면서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부동산 임대 투자를 떠올렸다.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를 잘만 골라 월세를 놓으면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충분히 올릴 수 있을 듯하다. 아파트, 오피스텔 가격이 올라 차액까지 챙길 수 있으면 일석이조다.


◇"정 안 되면 내가 살지!"=최근 증시 불안이 가중되면서 부동산으로 눈길을 돌리는 30~40대 직장인이 늘고 있다. 여윳돈을 은행에 두자니 기대 수익률이 너무 낮고 주식 투자를 하려니 원금 손실이 발생할까 불안하다. 이런 수요를 대상으로 2억원 이내 소액 부동산 투자를 제안하는 곳이 많다. 인터넷 부동산 투자 카페는 물론 동네 공인중개소만 가도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분양권 투자 권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위례 XX아파트 어때? 요즘 인기 좋다고 하던데…." 며칠 전 대학 선배 A씨가 아파트 분양권 투자에 대해 물어왔다. 아는 공인중개소에서 XX아파트에 투자하면 월세로 월 100만원 가까이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단다. 직접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초역세권 알짜배기' 분양단지로 소개된 기사도 부지기수란다. 그래도 자신이 없었는지 "(임대가) 안 되면 내가 살지 뭐"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 단지는 공인중개소의 말만큼 인기가 좋은 곳이 아니었다. 지난해 여름 청약 접수 때만 해도 신청이 몰리며 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실제 분양 계약 성적은 초라했다. 여전히 상당수 물량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어 할인 분양 얘기까지 나도는 단지다.


◇"직접 가보셨어요?"=바쁜 직장생활에 육아에 주중, 주말을 막론하고 시간이 빠듯한 30~40대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A씨 역시 마찬가지. 인터넷으로 기사를 검색하고 지도서비스로 위치를 확인해본 게 고작이었다. 직접 가보면 좋겠지만 반나절 시간 내는 것조차 언감생심이다.

"가서 직접 눈으로 보세요. 주변 개발 가능성, 입주민들 분위기가 어떤지도 좀 둘러보고. 위례면 형 직장이랑 거리도 꽤 되는데 만약의 경우, 출퇴근이 가능할지도 확인해봐야 하고. 한두푼도 아닌데 하루 이틀 휴가를 내더라도 최소한의 발품은 팔아야죠."

신규 분양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경우, 누구랄 것 없이 입지가 우수해 수요가 풍부하다고 내세운다. 하지만 '○○지하철역까지 도보 5분, 초역세권, 학군 인접'이라고 홍보하는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텔도 실제 가보면 사정이 다른 곳들이 많다. 같은 단지 내 아파트라도 동 위치에 따라 인근 역까지 거리가 천차만별이다. 직접 가보지 않고는, 남의 말만 듣고는 확인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많다.

교통, 학군 등 입지는 수요와 직결된다. 입지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곳은 가격이 비싸도 수요가 몰리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가격과 상관없이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세보다 싼 곳은 대부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주택 구매시 먼저 입지 조건을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보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몇년 전 경기도 △△시에 아파트가 아주 싸게 나왔다길래 큰 마음 먹고 투자를 했죠. 고층인 데다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워낙 싸서 서둘러 계약서에 사인을 했는데 얼마 뒤 직접 가서 보고는 아차 싶었죠. 왜 이렇게 싼지 단번에 알겠더라고요. 안방 창문을 열면 공동묘지가 눈앞에 훤히 보이는데 저라도 살고 싶지 않더라고요." 부동산 투자로 몇년간 마음 고생 심하게 했다는 한 건설업체 임원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