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 펴던 朴대통령, 돌연 "또 다른 IMF 위기"…왜?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경기에 대해 낙관론을 펴던 박근혜 대통령이 돌연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거론하며 위기론을 강조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단기적으로 경기순환 측면에선 경제가 호전되더라도 장기적으로 구조적인 측면에선 위험요인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지금 우리나라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움과 난관이 산적해 있다"며 "세계경제도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우리 경제가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또 다른 IMF (구제금융 당시)와 같은 국가적 위기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위기를 대처하지 못하고 위기를 맞게 되면 국민들의 고통과 국가의 신용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직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의 경기낙관론과는 일견 대조된다. 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대외여건이 매우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경제상황이 당초 소비절벽이나 고용절벽을 걱정했던 것 만큼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라며 "최근 경제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은 만큼 앞으로 자동차 개별소비세 연장, 재정조기집행 등의 정책효과가 본격화되면 경기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이는 각각 경기순환적 측면의 단기적 관점과 구조적 측면의 장기적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경기순환적 차원에선 경기가 당분간 확장국면을 이어가겠지만, 멀리 볼 땐 구조적 문제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과도한 규제, 저출산·고령화 등이 박 대통령이 우려하는 대표적인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이다.

박 대통령의 '또 다른 IMF 위기' 발언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동개혁 4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네거티브규제·규제비용총량제 도입) 등의 역점법안들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됐다. 여야는 지난 11일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한 지 열흘이 지나도록 아직 의사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정치권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을 내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 각 당의 일정이 마무리 되면 국민들과 국가경제보다는 선거에 이기기 위한 격렬한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며 "언제나 선거에서는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항상 공허함으로 남아있는 것이 현실 정치인 것 같다"고 했다. 또 "이제 정부에서 시급하게 처리를 요청한 법안들이 통과되는 것은 요원할 수 있다"며 사실상 19대 국회 중 역점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를 접은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지금 선거 때문에 많은 것이 멈춰있지만 정치가 멈춘다고 경제도 멈추고 민생도 멈춰선 안 될 것"이라며 "통과되지 않은 경제 법안들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행해 나가야 한다. 선거로 잃어버린 시간으로 인한 경제가 뒷걸음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참모들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