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마사지 후기' 올렸다가 명예훼손, 왜?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부 김씨는 며칠 전 경찰서에서 명예훼손건으로 출석하라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 시작은 한 소셜커머스에서 저렴하게 나온 '웨딩 마사지' 3회권을 구입하면서다. 이 업체는 상품 홍보글에 '일반가격으로 구매한 고객과 똑같이 클렌징부터 10단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예약 당일 업체를 방문하자 "일반가격과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며 다른 서비스를 제공했다. 화가 난 김씨는 자주 이용하던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 해당 업체에 대한 후기를 올렸다. 며칠 후 블로그 게시글이 차단 당했고 해당 업체로부터 명예훼손죄로 고발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업체는 김씨에게 따로 연락해 항의를 하지도 않았고 사과나 환불도 없었다. 김씨는 "사기를 당한건 난데, 내가 죄를 지은 꼴이 됐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 소비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에 특정 업체에 대한 후기를 공유하면서 명예훼손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다른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온라인에 올린 글로 당사자가 불쾌함을 느꼈다면 내용이 사실이어도 처벌이 가능한 것이다.

서비스를 내세우는 업체들의 경우 업체명을 적지 않고 닉네임 혹은 별표 처리를 해도 내용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

당초 이는 악의적인 비판으로 개인이나 사업자들의 피해를 줄이고 온라인 게임 상에서 욕설·비방 등을 막기 위한 법이었다. 인터넷 특성상 전파 속도가 빨라 하루 이틀이면 국민 대다수가 당사자를 알게 되고,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 당장 가게를 접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명예훼손 신고 사례는 크게 늘었다. 사이버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으로 접수된 건수는 2014년 8880건에서 올해 1만5043건으로 크게 늘었다. 검거 건수도 2014년 6241건에서 지난해엔 1만202건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일부 악덕 업주들이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무혐의 판결을 받더라도 당장 게시된 글은 삭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작성자의 경우 명예훼손죄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 자체가 정신적 피해로 돌아오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게시글을 올릴 때 '공공의 이익'에 초점을 맞춰 '점잖게' 표현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조언했다. 한병곤 변호사는 "글의 주된 의도가 사적인 보복이 아닌 소비자 공공의 이익을 위한거라면 위법성이 저하된다고 본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객관적 기준에 달하지 못한 서비스에 대해 점잖은 어투와 모욕적이거나 저급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설명한다면 명예훼손이 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승진 법무법인 리앤킴 변호사도 "비방할 목적보다는 다른 고객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 드러나도록 한다면 경찰 조사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는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명예훼손죄로 고발당한 소비자가 무고죄로 상대에게 경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