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대출 받으러 저축은행 가볼까

#의류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나신용씨(41)는 매달 거래처에서 물품을 가져올 때마다 1000만원 이상의 목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매출이 오르지 않자 나씨는 몇년전부터 은행권 대출을 받아왔다. 인건비와 가게 운영비 등을 빼고 나면 매출이 마이너스가 나는 달도 있어 한두번 대출금 상환 연체를 하기도 했다. 지난달 나씨가 추가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갔을때 나씨는 더 이상의 대출이 불가하다는 설명을 들어야만 했다. 절망하던 나씨에게 은행 영업점 직원이 조심스레 말했다. "저축은행 가보시는게 어떠세요? 요즘엔 저축은행에서도 중금리 대출 상품이 나와서요. 은행보다 한도도 더 높고요."

'저축은행?' 고금리 대출 이미지로만 박혀있던 탓에 나씨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속는 셈치고 은행 옆에 있는 저축은행 영업점에 가보기로 했다.


저축은행이 내놓은 연 10%대의 중금리 대출 상품이 인기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SBI저축은행의 '사이다'는 현재까지 누적 대출액 540억원을 넘어섰다. '사이다'는 신용등급 1~6등급의 고객에게 연 6.9%~13.5%로 대출해주는 중금리 상품이다. JT친애저축은행의 '원더풀 와우론'도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대출액 190억원을 돌파했다. '원더풀 와우론'은 연 12%~19.9%의 금리인데다 대출금액이 5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최장 72개월(6년)의 장기 상환이 가능하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중금리 상품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생활운영자금을 필요로하는 서민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JT친애저축은행은 '원더풀 와우론' 출시 100일간 대출 이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생산기술직 종사자 전체 직종의 3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에는 관리직(20%), 사무직(18%), 영업판매직(8%) 등이 뒤를 이었다. 대출 이유로는 '생활자금을 빌리기 위해'가 전체의 78%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신용등급별로는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5~6등급 이용자가 전체의 60%로 가장 많았다.

더 많은 대출한도를 위해 저축은행을 찾은 1~3등급의 우량 고객도 상당수 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은행권 중금리 대출 한도는 1000만원이지만 '사이다'는 최대 3000만원, '원더풀 와우론'은 최대 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해 현재까지 출시 된 중금리 상품 가운데 대출한도가 가장 높다. '사이다' 이용 고객의 35%는 1~3등급 고객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은행의 가계 대출 심사가 깐깐해진 것도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을 늘리는데 일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3조6936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잔액 1141조8337억원에서 저축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1.20%였다. 이는 2006년(1.33%) 이후 최대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존 고금리 상품이 아닌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저축은행들이 중금리 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