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한진해운 주식·사채에 불나방 '기웃'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주식과 회사채 가격이 나란히 폭락하자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투자원칙을 따르는 속칭 불나방 투자자들이다.

27일 코스피 지수는 4.23포인트(0.21%) 하락한 2015.40에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이 11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며 1827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개인은 753억원 순매수, 기관은 2560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한진해운은 1900원에 보합 마감했다. 4월 초 대비 41% 하락한 주가다.

◇한진해운 폭락에 외국인 '폭풍 매수'=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한 뒤 25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진해운 주가는 29.94% 폭락하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기관은 한진해운 28만770주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매물을 가져간 것은 개미 투자자가 아닌 외국인(28만6369주)이었다.

이튿날인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한진해운을 "현대상선과 합병시킬 계획이 없다"고 밝히자 한진해운 주가는 4.11% 반등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모두 순매수를 기록했는데 외국인은 무려 66만2410주를 사들이며 폭락한 주가를 반등시켰다.


과거 2013년 동양그룹이 유동선 위기에 처했을 때도 동양 주식이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자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회생에 베팅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롤러코스터 주가 등락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자율협약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보다 강도가 낮은 구조조정으로 회생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주 채권단이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게 된다"며 "하지만 현재 한진해운의 회생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채무조정과 용선료 부담 해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 회사채, 4000원대서 안간힘=액면가가 1만원인 한진해운 회사채들은 반토막이 났다. 증권사 창구에는 "퇴직금 5억원을 한진해운 회사채에 묻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냐"는 식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2017년 6월 7일 만기인 한진해운76-2 회사채는 19일부터 하락세를 시작, 25일 41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액면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하락하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26일 1.2% 반등한 4315원에 거래를 마쳤다. 만기가 2017년 5월23일인 한진해운78 회사채도 25일 4200원까지 밀렸다 소폭 반등하며 27일 4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채권은 꼬박꼬박 이자를 주는 안정적인 금융상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금난에 처한 기업의 채권은 일반 채권과 다르다. 정크본드의 경우 가격 급등락이 주식보다 심하고 상장폐지시 정리매매 과정에서 돈을 일부라도 건질 수 있는 주식과 달리 단숨에 가치가 0원이 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정크본드 투자는 '고수들의 리그'로 불린다. 이들은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경우에도 소액 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돈과 기업의 청산가치까지 모두 고려해 들어가는 선수들이다. 일부는 아예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부터 채권 매입을 개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1월 대한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 기존 채권 투자자들은 '지옥'을 맛봤지만 일부 고수들은 법정관리 직후부터 채권 매입을 시작했다. 소액투자자 우선변제와 출자전환으로 인한 회수를 고려해 채권을 최대한 싸게 산 뒤 수익을 낸다는 시뮬레이션에 입각한 판단이었다. 그리고 실제 일부 고수는 이 와중에 상당한 돈을 벌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한진해운 채권에 투자하려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율협약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돌입할 수도 있어서다.

남달현 금융투자협회 채권부장은 "지금 한진해운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원금을 잃는 '옵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전문 투자자가 아닌 일반 채권 투자자라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