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리하는 대입포털 '어디가', 학과별 점수 공개는 어디로?

이달 중순 전국 대학 입학처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명의로 된 설문조사지가 도착했다. 정부가 대학별 커트라인을 공개하는 종합포털 '어디가(adiga.kr)'에 대한 내용이었다. 대교협은 각 대학에 하위 몇 퍼센트까지 성적공개가 가능한지부터 점수 공개 단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 공개 형태를 자세히 물었다.

눈에 띄는 것은 점수 공개 단위를 묻는 항목에서 '계열'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대학이 원하면 국문학과, 영문학과 등 모집단위별 점수가 아닌 사회계열, 공학계열 점수만 공개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계열별 점수 공개에 대해 한 사립대학 입학처장은 "어디가의 점수 공개를 놓고 주요대학 입학처장들이 교육부 관계자와 논의하는 도중 나온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점수 공개가 학교별 서열화뿐만 아니라 학과별 서열화도 조장한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계열별 점수 공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집인원이 1~2명밖에 되지 않는 전형의 경우 학생 개인의 성적이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계열별 공개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떻든 계열별 점수 공개도 대학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 제시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계열별 점수 공개는 어디가가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를 급격히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같은 대학 내에 있더라도 입학생의 성적은 학과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어디가의 성패는 모집단위별 점수 공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가는 사교육업체가 유료서비스로 제공했던 대학별, 학과별, 전형별 커트라인을 무료로 공개해 학생이 돈 들이지 않고 합격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어디가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밝힌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교육부 입장에선 어디가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입장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어디가와 예산 사업을 연계하는 방법으로 대학들을 압박하고 있다. 또 다른 서울 사립대학 입학처장은 "대교협이 입학처에 설문지를 제출하라고 한 날짜는 '고교교육정상화사업' 면접 이틀 전"이라며 "결국 일전에 얘기한대로 '예산 사업 평가에 점수 공개 여부를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학들이 점수 공개에 대한 반발심이 큰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학들이 단체로 점수 공개를 보이콧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온다면 어디가는 실패한 정책이 된다. 어디가가 공개하는 정보가 사교육업체로 흘러가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결국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계열별 점수 공개'라는 대안을 내놨다. 만약 주요 대학들이 계열별로 점수를 공개한다면, '점수 공개'라는 일차적 목표는 달성하지만 학생에게 유익한 정보는 아니므로 어디가가 본래의 목적을 살려 운영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아직 모집인원이 많은 계열의 점수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대학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 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