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휘발유값 받는 면세유' 조사 착수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국세청이 농민에게 싸게 공급되는 면세 휘발유(면세유)가 일반 휘발유 가격에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20일부터 한달 동안 전국 농협주유소 600곳을 포함, 면세유를 판매하는 농협 매장 2000곳에 대해 점검에 들어갔다.

점검 대상은 면세유를 일반 휘발유나 경유로 판매하는 불법 유통 행위다. 리터당 400~600원에 유통되는 면세유를 일반 휘발유(4월말 평균 가격 1361.1원) 가격에 팔 경우 부당 이득과 세금 탈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면세유 제도는 농·어민을 돕기 위해 1972년(농업 1986년)에 도입됐다. 일반 휘발유나 경유는 판매가 대비 유류세 비중이 커 농·어업용 기계 연료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제도다. 4월말 기준 휘발유 가격에서 유류세는 64%(870.1원)를 차지하고 있다. 면세유가 휘발유 가격의 30%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유다.

국세청은 저유가로 인해 면세유 불법 유통이 증가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원유 가격이 낮을수록 휘발유의 세금 비중은 커져, 이득을 많이 남길 수 있는 면세유 불법유통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유류세는 가격 대신 부피에 적용되는 종량세로, 국제유가가 낮아지면 휘발유 리터당 세금 비중은 커진다.

면세유 불법유통은 국정감사 단골 지적사항이었다. 박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2011년부터 2015년 6월까지 불법유통된 면세유가 109억5100만원 규모라고 지적한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용 면세유 판매가격을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공개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면세유 불법유통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어민들이 수협에서 저렴하게 공급받은 면세유를 사들여 불법으로 정제 및 유통한 일당 3명이 해경에 붙잡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