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 무역사기' 1년새 2배↑…당신의 '방심' 노린다

#."물품대금 계좌가 바뀌었으니 아래 계좌로 대금 15만 달러를 보내주기 바랍니다. From Kevin" 미국 소재 무역회사의 재무담당 스티브는 거래회사 대표의 이름이 송신자로 적힌 이메일을 보고는, 거래 계좌를 바꿔 송금했다. 하지만 이 돈은 거래처가 아닌 한국에 있는 나이지리아인 H씨의 계좌에 들어갔다. 경찰은 미국 FBI의 공조수사 요청에 응해 인출 직전 은행에서 H씨 일당을 검거했다.

해외 거래가 많은 기업을 노린 이메일 국제무역 사기가 매년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메일 무역사기 일당은 직접 메일서버를 해킹하기보단, 상대방의 부주의를 노리는 일명 '사회공학적 해킹'을 쓰고 있어 해외업무 담당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이메일 무역사기 수사를 위해 우리 경찰이 해외에 국제공조 수사 요청을 한 사건은 총 44건이다. 이는 2013년 전체 국제공조수사요청과 동일한 수치다.

이메일을 통한 송금 사기로 인한 국제공조 수사 요청은 매년 2배가량 증가하고 있다. 2014년엔 88건으로 전년대비 2배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150건, 70.4%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액이 작으면 넘어가던 과거와 달리 이메일 사기 범죄에 대한 인식이 강경해졌다"며 "범죄 증가와 함께 적극적인 신고로 수사사건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특이 최근 잇따른 이메일 송금 사기사건에서 이메일 도용 등 기술적인 해킹보다는 사람의 심리상 허점을 노리는 사회공학적 해킹 수법이 등장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사회공학적 해킹은 이메일 비밀번호 도용·악성코드 유포 등 일반적 해킹과 달리, 상대방의 선입관이나 습관, 부주의를 노리는 수법이다. 'ABC~XYZ'라는 문구를 봤을 때 알파벳 26자를 연상하는 것과 같이 비슷한 계정이나 사용자 이름을 동원해 상대를 속이는 수법이다.

사회공학적 해킹에선 △이메일의 알파벳을 추가하거나 삭제하는 방법 △'868→686' 같이 유사한 글자를 재배치하는 방법 △'l'(소문자 L)을 숫자 1로 바꾸는 것처럼 유사 문자를 사용하는 수법 △도메인 주소를 사칭하는 방법 등이 쓰인다.

최근 국내 한 종합상사가 담당자들에게 보낸 주의 안내도 이들 수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3~2014년 자사를 상대로 발생한 물품대금 사기 시도를 예로 들었는데, 'power'라는 메일 계정을 사칭하기 위해 'powre'란 단어를 쓰거나 도메인 주소에 유사한 알파벳 한 글자를 더하는 식이다. 또 구글의 'gmail' 계정을 사칭해 '[email protected]'이란 메일 주소를 사용했다고도 한다.

지난 2월 우리 경찰에 붙잡힌 나이지리아 무역송금 사기 일당도 사회공학적 해킹을 시도했다. 범행 대상인 재무담당에 '거래계좌가 변경됐다'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보내는 사람의 이름을 거래처 대표이사로 바꾸는 방법을 썼다. 실제로 피해자는 돈을 송금해놓고도 사기라는 사실을 몰랐으며, 이들은 과거에도 이 같은 수법으로 15만 달러를 가로챈 것으로도 조사됐다.

경찰은 "사회공학적 해킹은 대개 담당자의 이메일 주소, 이름 등 사전조사를 먼저 하게 된다"며 "이메일 무역 사기를 막기 위해선 이메일 주소 재확인, 로그인 알림 및 이력확인서비스 이용, 상대 계좌 재확인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