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내도 믿는다? 손정의 "쿠팡, 韓 넘버원 이커머스"

"쿠팡은 범상치 않은 재미있는 기업이다."

지난해 쿠팡에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의 매출 신장세와 비즈니스 모델을 극찬하며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 쿠팡이 지난해 5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는데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손 회장은 지난 10일 소프트뱅크의 2015회계연도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해외기업들의 포트폴리오를 소개하며 "쿠팡은 한국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넘버원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쿠팡 리테일(소매) 매출이 3월말 현재 전년대비 약 300% 증가했다"며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라고 평가했다. 리테일 매출은 쿠팡이 직접 고용한 '쿠팡맨'을 포함해 자체적인 배송시스템을 통해 소비자 가정에 배송한 상품 매출을 뜻한다. 손 회장은 또 "쿠팡의 대규모 배송센터가 지난 3월을 기점으로 목표의 절반이 가동됐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 실적 발표와 함께 이커머스, 차량공유서비스, 게임·미디어, 핀테크(금융기술) 등 투자자산 포트폴리오 실적과 현황을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 특히 이커머스 분야에선 쿠팡을 비롯해 중국 알리바바, 인도 스냅딜과 오요룸스, 인도네시아 토코피디아를 소개했다. 쿠팡은 알리바바와 스냅딜에 이어 세 번째로 소개됐다.


손 회장은 쿠팡에 투자를 한 후 실적 발표 때마다 쿠팡을 언급해 왔다. '모바일 리더'로 치켜세우며 리테일 매출 신장과 함께 쿠팡 핵심역량인 쿠팡맨과 로켓배송 등 배송시스템 성장세를 강조했다. 이날도 쿠팡을 '범상치 않은 재미있는 기업'이라고 칭하며 특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쿠팡은 손 회장으로부터의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배송시스템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2015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모회사인 포워드벤처스LLC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통해 총 9212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포워드벤처스LLC에 소프트뱅크로부터 받은 투자금 10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은 로켓배송과 물류를 위해 지난해에만 약 4700억원을 투자했다. 앞으로 2017년까지 쿠팡맨을 1만5000명, 물류센터를 21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225% 증가한 1조1338억원을 기록하며 이커머스 기업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비용이 급증해 영업손실이 5470억원으로 확대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이 추가 투자 유치 없이는 장기적인 사업 지속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손 회장이 앞으로 쿠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쿠팡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손 회장이 추가적인 자금 수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에서부터 손 회장이 알리바바, 스냅딜 등 아시아 이커머스 기업들의 시너지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 쿠팡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왔다.

쿠팡 관계자는 그러나 "현금 여력이 충분해 추가적인 투자 유치가 필요한 단계가 아니며 알리바바, 스냅딜과의 연계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