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UHD TV는 놀라운 제품" 찬사 듣는 이유는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2세대 퀀텀닷 SUHD TV 출시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처음 삼성 SUHD TV를 접했을 때 믿을 수 없었다"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의 '퀀텀닷'(양자점)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TV 라인업인 SUHD TV다.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는 제주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9회 국제퀀텀닷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가 출시한 SUHD TV는 놀라운 제품"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퀀텀닷 연구의 권위자인 현 교수는 "퀀텀닷 기술이 적용된 SUHD TV가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접하고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며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는 퀀텀닷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뤄진 퀀텀닷 연구 중 90% 이상은 카드뮴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카드뮴을 사용해야 디스플레이에 사용할 수 있는 광 효율을 얻을 수 있기 때문.


현 교수는 "당초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고 광 효율을 높이면서 균일한 입자를 안정적으로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삼성전자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이뤄낸 것으로, 이 사실을 접하고 정말 맞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다"고 말했다.

카드뮴은 퀀텀닷 기술이 상용화되는데 결정적인 걸림돌이었다. 강한 독성을 내재하고 있어 일반 소비자가 사용하는 제품에 적용하기엔 문제가 있었다. 현 교수는 "퀀텀닷 기술은 소니가 제품에 가장 먼저 적용했으나 카드뮴 문제를 극복할 수 없어 1년 정도 나오다가 말았다"고 설명했다.

퀀텀닷은 물질의 크기가 나노미터 수준으로 줄어들 경우 전기적, 광학적 성질(밴드갭, Band Gap)이 변하는 반도체 나노 입자로, 화학적으로 합성된 무기물이다. 나노 입자의 크기를 조정하면 색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1980년대에 퀀텀닷의 효과가 발견된 이후 연구개발을 거쳐 2013년 처음으로 디바이스에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기존 퀀텀닷 입자가 인체에 유해한 카드뮴(Cadmium)이라는 한계를 극복, 2015년 세계 최초로 '카드뮴 프리(Cadmium Free)'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SUHD TV를 시장에 내놨다. 현재까지 글로벌 TV업체 중 '카드뮴 프리' 퀀텀닷 TV를 내놓은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의 퀀텀닷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종합기술원이다. 5개 분야의 재료연구센터가 가동중이며, 전체 자원의 20~30%를 무기소재 분야 연구에 투입하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무기소재 연구 자원의 70~80%를 퀀텀닷 분야에 쏟아 붓고 차세대 TV를 연구 중이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초반 퀀텀닷 연구를 시작했다. 10여년간 연구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기술이 축적됐다. 그러나 2010년 당시 경영진은 중대 결단을 내렸다.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장혁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사장은 "그동안 카드뮴이 최고 효율을 낼 수 있어서 이 분야 연구를 계속해 왔는데, 회사에서 큰 결정을 내렸다"며 "삼성이 만드는 제품에 환경 저해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은 소비자 뿐 아니라 공정작업자에게도 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카드뮴 프리'를 목표로 2010년 퀀텀닷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장 부사장은 "카드뮴을 쓰지 않으면 나노 구조가 불안해지는데, 특정 물질을 입자 결정 안에 넣어 안정화시킨 것이 핵심"이라며 "멀티쉘 구조, 멀티코팅, 계면제어 등을 통해 기술 장벽을 극복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카드뮴 프리 기술을 개발하는데 5년이 걸렸다"며 "SUHD TV를 내놓기 위해 이같은 연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퀀텀닷 기술에서 보수적으로 볼 때 1년 6개월 가량 앞서 있다"며 "아직까지 카드뮴 프리 제품을 내놓고 따라오는 타사 제품이 없는데 그것이 바로 기술 격차"라고 덧붙였다.

장 부사장은 이번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삼성전자가 '카드뮴 프리' 제품을 만들어 낸 스토리 및 양산 과정 등을 소개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같은 퀀텀닷 기술을 TV 뿐 아니라 메모리, 바이오, 광 촉매 역할을 통한 수소생산, 자율주행차 센서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