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시청문회법' 재의 요구…법전문가들 "법적 근거 부족"

정의화 국회의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안건 의결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정부 법제처장이 27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는 27일 상시청문회법(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재의 요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의는 일단 의결된 안건에 대해 동일한 의결기관이 다시 심사·의결을 거치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률안을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날 법제처 자료를 통해 상시청문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히려 정부 주장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9일 의결돼 23일 정부로 이송된 상시청문회법에 대해 정부가 재의 요구를 하게 된 법적 근거와 전문가들의 반론을 살펴 본다.

정부 "소관 현안 청문회 신설은 국회 권한 밖…'삼권분립' 침해"

상시청문회법의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는 청문회 개최 대상을 '소관 현안의 조사'로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회가 헌법이 규정한 행정부에 대한 통제 수단을 벗어나 새로운 수단을 신설한 것으로 권한 밖의 행동이라고 봤다.


현재 국회법에는 △ 중요한 안건 심사 △ 법률안 심사 △ 국정감사와 조사를 위해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정해두고 있다. 여기에 법을 개정해 소관 현안 조사 청문회를 추가하는 것은 국회의 권한 밖의 행동이며, 삼권분립을 규정한 헌법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단 얘기다.

정부는 현재 신설되는 청문회는 불출석 등에 따른 처벌 등 국정조사와 동일한 강제성을 가지면서도 그 범위는 확대하고 있어 국정조사 제도를 대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 청문회가 다루는 소관 현안이라는 것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대상 기관의 과중한 부담을 우려했다.

국회가 자율입법권을 행사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행정부, 사법부 또는 헌법재판소 등의 기관에 의무를 부과하고 만약 청문회 불출석 등의 경우 처벌까지 받을 수 있게돼 있기 때문에 자율입법권의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자율입법권은 국회 내부의 구성, 운영 등에 관한 사항에 한정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개정안 가운데 국회가 고충민원에 대해 국민권익위에 조사를 요구하고 처리결과를 보고토록 한 것과 관련, 정부는 헌법상 권력 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봤다. 또 이것이 선례가 되어 유사한 규정이 도입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진태 의원 "거부권 행사 환영"…변호사들 의견 "위헌 소지 없다"

재의 요구에 대해 검사출신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거부권 행사를 환영한다"며 "논란을 없애기 위해 19대 임기 중에 재의 요구한 것이고 의결하지도 않은 20대 국회에서 재논의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법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소관 현안 청문회 신설에 대해 김승한 변호사(법무법인 유스트)는 "이번 개정안은 청문회 개최 사유의 범위를 소관 현안의 조사로 확대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범위의 양적변화에 해당해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법제처가 내놓은 정부의 법적 근거는 논리 비약에 해당하고 결론과 논증 과정이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국회의 국정 감사·조사권은 헌법상 권한이 있고 소관 현안은 당연히 국정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소관 현안 조사를 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정 감사와 국정 조사의 개념을 축소 해석한 결과란 얘기다.

그는 또 "상시 청문회는 오히려 국정조사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라며 "사법부와 헌법재판소가 기본권의 사후적 수호 제도라면 국회의 입법과 국정조사권은 사전적 수호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상임위의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한 조사요구를 규정한 개정안에 대해 김 변호사는 "삼권분립의 위반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개정안은 국회가 정부 조직에 특정처분을 할 것을 명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미 유사한 내용이 현행 국회법 제127조의 2에 규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해당 조항은 국회가 감사원에 대해 특정 사안에 대한 감사를 명하고 3개월 이내에 국회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변호사는 "우리 청문회 제도는 미국의 청문회 제도를 원용한 것으로 조사청문회의 성격을 갖고 있으나 특정한 권한과 역할은 부여돼 있지 않기 때문에 '알맹이 없는' 청문회에 그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정한 청문회가 되기 위해선 미국의 청문회 제도가 갖고 있는 △ 전문가의 질문 허가제도 △ 청문회 이외의 장소에서 증언을 녹취할 수 있는 청취제도(Staff Deposition) △ 예비조사로서 서면에 의한 대질신문제도 △ 검찰 수사기록 제출요구 등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을 도입하는 것이 청문의 본래 목적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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