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표·정운호 영장심사 포기…檢, '로비 의혹' 검사·수사관 조사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홍만표 변호사/사진=뉴스1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는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57)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31일 두 사람이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심문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날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경우 법원은 서면으로만 구속 필요성을 검토한다. 이들에 대한 심리는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담당한다.

앞서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최유정 변호사(46·구속기소)와 브로커 이민희씨(56·구속) 역시 심문을 포기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2011년 9월 이후 미신고, 축소신고 등의 방법으로 수임료 수십억원을 누락 신고해 10억여원을 탈세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를 받는다.


홍 변호사에게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그는 지난해 8월 정 대표가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정 대표로부터 검찰 관계자들에게 청탁을 하겠다는 명목으로 3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또 2011년 9월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 매장 임대사업과 관련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들에게 청탁을 하겠다며 정 대표 등으로부터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계약 업무를 처리하며 변호사 영역을 넘어서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네이처리퍼블릭과 SK월드 등의 자금 142억원을 빼돌리며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정 대표는 2012년 자신과 동업했던 심모씨(62) 재판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도 적용받았다. 101억원의 상습도박 혐의로 징역 8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정 대표는 다음달 5일 출소를 앞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 로비 의혹과 관련해 홍 변호사는 실제로 로비를 벌이진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정 대표는 로비 대상을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내부 관계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정 대표 도박사건을 수사했던 강력부, 한해 앞서 수사를 담당한 형사부 검사와 수사관들 10여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보다 윗선으로 지목된 검사장·차장검사에 대해선 "단서가 나와야 조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실제 만나서 청탁을 했다는 정황 등이 나와야 조사가 가능하다"며 "이름이 거론됐다는 사정만으론 사칭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홍 변호사, 최 변호사 등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인물들 통화내역을 전부 들여다봤다. 검찰은 두 명의 전관 변호사와 수사팀 검사 등이 전화통화를 한 사실은 확인했으나 사건과 관련한 유의미한 내용이 담겼는지에 대해선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또다른 로비 대상자로 지목된 서울메트로 고위 관계자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며, 소환일정을 조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