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투표 진행중' 위험자산 다시 사는 투자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가 영국 현지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증시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난주까지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현금을 쌓아뒀지만 이번주들어 국내주식을 위주로 한 위험자산 저가매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브렉시트 투표 결과 공개(24일 낮)에 따른 장중 대응이 가능한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조심스러운 저가매수를 권하기도 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기자금 성격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액은 지난 16일 120조4709억원으로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들어서만 5조원이 넘게 유입된 것으로 브렉시트 경계감을 그대로 반영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브렉시트를 반대하던 영국의 하원의원이 피살되는 사건으로 잔류 여론이 커지는 등 우려가 다소 완화되며 MMF에서는 16일을 정점으로 급격히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MMF의 설정액은 3거래일만에 2조원 넘게 줄어 118조2946억원으로 위축됐다.

MMF에서 환매된 돈은 국내 주식형 펀드를 비롯한 위험자산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로는 17~21일까지 3거래일간 자금이 유입돼 2121억원이 들어왔다. 이달 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11거래일 연속으로 1조4942억원이 빠져나가던 때와는 달리 투자심리는 한층 개선됐다는 평가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으로 코스피200지수 일별 변동폭의 2배를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는 한 주동안 2212억원이 몰렸다. 이밖에 NH-Amundi코리아2배레버리지 펀드(713억원), KB스타코리아레버리지2.0펀드(222억원) 등 레버리지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며 지수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


또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주 펀드를 사며 어느정도는 위험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티브 주식형 펀드 가운데서는 최근 일주일간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 펀드(192억원)와 신영밸류고배당 펀드(172억원)에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 배당주 펀드가 인기를 끄는 것은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금리수준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6월 중간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럽 주식형 펀드에서 환매됐던 자금의 일부도 되돌아오고 있다. 최근 1개월동안 675억원이 빠져 나간것으로 집계되지만 21일 하루에만 100억원이 다시 들어왔다. 영국이 유럽연합에 잔류할 경우 안전자산인 엔화가 약세를 띨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주식형 펀드는 최근 일주일동안 233억원의 자금을 흡수했다.

전문가들도 브렉시트보다는 브리메인, 즉 잔류에 무게를 두고 안도랠리를 염두에 둔 대응전략이 유리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은 주기적으로 블랙스완 발생 상황을 맞이했지만 실제로 발생하지는 않았다"며 "위험이 고조되면 대응책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부결에 따른 파운드화 및 유로화의 강세는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맞물리며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는 지난3월 FOMC 이후와 같이 신흥국 통화 가치반등과 함께 신흥국 증시 중심의 위험자산 선호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는 24일 낮부터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증시는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따른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 유리하다"며 "만약 브렉시트가 발생한다고 해도 장 중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잔류에 무게를 두고 저가 매수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