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에 경제·정치 모두 '흔들'…"英, 옛영광 끝났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국제사회에서 영국의 지위도 힘을 잃게 될 전망이다. 영국 경제의 중심인 금융부문은 타격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국내 정치 또한 혼란에 빠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이 국제적 영향력 축소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5일 조너선 힐 영국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은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온 이후 실망감을 표하며 곧바로 사임을 표명했다. EU 잔류파였던 힐 집행위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서비스 관련 법제정에서 영국은 즉각적인 영향력 손실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유니크레디트의 에릭 닐슨 수석연구원도 힐 집행위원의 사임은 "EU에서 영국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힐 집행위원은 특히 영국계 은행들이 '금융여권'을 잃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여권은 EU 안에서 은행들이 직접금융 사업을 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다. 금융여권은 EU 회원국 은행들에게 모두 부여되지만 브렉시트로 영국 은행들은 이 권리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은행들 역시 이를 감지하고 영국에서 탈출을 준비 중이다. FT는 HSBC,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은행들이 이미 사업 일부를 더블린이나 파리, 프랑크푸르트로 이전할 준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브렉시트는 영국 국내 정치도 혼란 속에 빠뜨렸다. 집권당인 보수당과 여당인 노동당 모두 브렉시트 여파로 지도자 교체 역풍이 불어 닥치면서다.


우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사임 의사를 표명하면서 차기 총리직을 놓고 보수당 내 EU 탈퇴파와 잔류파가 충돌할 조짐이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만큼 찬성파를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다. 같은 찬성파인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잔류파의 반발도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이 대표적인다. 캐머런 총리의 측근인 조지 오스본도 이미 존슨의 집권 저지에 나선 상황이다.

노동당에서도 제러미 코빈 당수에 대한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코빈이 이번 브렉시트 선거 운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불만에서다. 하지만 코빈은 이런 불만을 제기한 인물 중 하나인 힐러리 벤 예비내각 외무장관을 해임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이외에 스코틀랜드가 이번엔 영국에서부터 탈퇴(독립)를 준비 중인 점도 영국의 미래 지위에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스코틀랜드는 EU에 남기로 결정했다며 독립 재추진을 시사했다.

외적으로도 영국에 가해지는 압박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EU 탈퇴 협상을 둘러싼 갈등이 벌써부터 높아진다. 캐머런 총리는 10월 사임 의사를 밝히며 탈퇴를 위한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은 차기 총리에게 넘기겠다고 말했다. 존슨 전 런던시장 등 브렉시트 찬성파들도 탈퇴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프랑스, 독일 등 EU 주축국 외무장관들은 영국이 하루빨리 EU에서 나가야 한다며 조속한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