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위안부에 끌려갔어도 이렇게 끝내겠습니까"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사진 = 이기범 기자

"생각해보세요. 자기 딸이 위안부로 끌려갔어도 이렇게 몇 푼 받고 끝내겠습니까. 자식 키우는 마음 다 똑같은 거잖아요. 우리도 귀한 집 자식입니다. 공식적인 사과 없이는 무엇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에서 만난 김복동 할머니(91)는 또렷한 목소리로 "일본의 공식사과 없이는 무엇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2월28일 정부가 일본 정부와 '상처를 치유한다'는 명분아래 위안부 합의를 했지만, 김 할머니의 입장은 6개월 전과 동일하다.


점심 식사 후, 방에서 쉬고 있던 김 할머니는 취재진을 만나자마자 몸을 일으키며 "매번 기자들이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면서도 "우리(위안부) 할머니들 의견을 꼭 좀 제대로 실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김 할머니는 위안부 합의가 체결된 지 6개월이나 지났지만, 오히려 상황이 전보다 상황이 나빠졌다고 했다. 그는 특히 우리 정부가 피해자들을 가지고 '돈벌이'를 하고 있다면서 불만을 쏟아냈다.

김 할머니는 "지금도 우리는 국민과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잘 살고있다"고 말했다.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말. 명예를 회복해달라는 요구다. 그는 "죽어서 돈 가져갈 것도 아니고, 필요 없다"며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듣지도 못하고 돈만 받아선 소용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너무 한이 맺혀서 그래. 나라가 힘이 없어서 우리가 억울하게 (일본에) 끌려갔고, 형편없는 모습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사과도 듣지 못하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몇 푼 준다고 한이 풀리지 않아. 일본 정부가 '법적으로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기자들 불러서 밝혀야 해"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 = 이기범 기자

김 할머니는 일본이 '도의적 사죄'의 뜻을 밝힌 것에 대해 "피해자 당사자들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고, 정부끼리 편지(서면) 주고받으면서 사죄했다고 한다"며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상이 이렇게 허무할 수가 없어. 이런 식으로 해결할 바에야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개입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엉터리로 할 바에는 차리리 손을 떼는 게 나아" 김 할머니가 느낀 배신감이 묻어났다.

김 할머니는 소녀상 철거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는 "소녀상을 보면서 후손들이 이런 아픔의 역사가 있었다는 걸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일본이 이걸 이래라저래라 할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위안부 꼬리를 달고는 죽고 싶어도 눈을 감을 수가 없다"며 "돌아가신 분들도 많지만, 살아 있는 우리가 한을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루라도 마음 편히 살다가 죽어야 할텐데, 이렇게 죽으면 이승도 못가고 저승도 못갈 것"이라며 두려운 마음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해준 국민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며 일본의 사과를 받을 때까지 활동해 하겠다고 했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두 떠나더라도, 후손들이 뜻을 이어갔으면 하는 속마음을 밝히기도 했다.

"내가 15살에 위안부로 끌려가서 한이 맺혔어. 앞으로는 나처럼 한 맺힌 아이들이 없도록 후손들이 잘 이어가야지. 요새 눈이 거의 안 보이는데, 마음이 좀 편안해 지면 눈도 잘 보일 것 같아"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 = 이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