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가지고 논것 뿐인데'..돈이 우수수

#동영상이 열리자 한 성인 남성이 열심히 레고를 만드는 모습이 나온다. 친절하게 만드는 방법까지 설명해 가면서. 특정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동영상을 보는 불특정 다수를 위해서다. 이 동영상 조회수는 무려 1만회에 달한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레고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번쯤 열어보고 곧바로 그의 작업(?) 모습에 빠져든다.

#또 다른 동영상은 예쁘장하게 생긴 성인 여성이 나와 뽀로로, 폴리 등 각종 캐릭터 장난감을 가지고 창작 스토리를 선보인다. 얼핏보면 어른이 장난감이나 가지고 놀고 있다고 치부하겠지만 자세히 보면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 연출력도 훌륭하다. 이 동영상 조회수 역시 무려 65만회로 무시할 수 없는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새롭게 출시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 이른바 '토이 언박싱' 얘기다. 개인의 취미 정도로 시작된 토이 언박싱이 이제는 산업으로 발전, 새로운 창업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한장면

대표적인 기업이 캐리소프트다. 2014년 10월 설립된 이 회사는 토이 언박싱의 사업화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다. 설립 1년 만에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최근에는 해외 진출까지 준비중이다. 캐리소프는 최초 유튜브에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이라는 채널을 개설한 데 이어 현재 3개 채널을 운영 중이다. 작품수는 1500여편 이상이며, 구독자수는 110만명에 달한다.

유튜브에 토이 언박싱 동영상이 넘쳐나지만, 캐리소프트가 기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퀄리티다. 모든 동영상을 풀HD로 제작해 고화질 화면을 제공하고, MC '캐리'와 전문 제작진들을 고용해 한편 한편 공을 들였다. 뿐만 아니라 매일 1편 이상 새로운 영상을 제작해 제공함으로써 구독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도록 한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이같은 완성도 높은 작품은 곧바로 공중파, IPTV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즉시 활용될 수 있어 온·오프라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디딤돌이 됐다.


권원숙 캐리소프트 대표는 "구글 마니아인데 항상 구글을 이용하면서 대단한 회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우연히 유튜브 순위 사이트를 보다 '이런거면 사업화해 성공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어린이를 콘셉트로 잡은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각 캐릭터 원작사와의 라이선스 문제도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협업의 관계가 이어지며 원작사는 자사의 캐릭터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캐리소프트는 이를 통해 구독자를 모아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캐리소프트는 내친김에 해외시장 공략도 준비 중이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중국어 더빙 버전 서비스를 시작으로, 일본, 미국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 자체 캐릭터 '캐리, 앨리, 캐빈'을 제작, 현재 라이선스 사업도 한창이다.

올리브스튜디오도 대표 애니메이션 캐릭터 '코코몽'과 관련해 '토이 언박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재 '같이놀자 코코몽'의 경우 조회수 150만이 넘어가는 등 인기를 끌고있는데,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과 달리 크리에이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사람의 손이 등장해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형태다.

올리브 스튜디오 마케팅팀 관계자는 "기존 애니메이션이 영상은 기술력이 집약된 풀 3D의 고퀄리티 영상이었다면 코코몽 언박싱 영상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가볍게, 빠르게'를 모토로 제작하는 영상"이라고 말했다.

물론 토이 언박싱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권원숙 대표는 "모바일 특성을 고려하고, 방송과 비교해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물론 투자가 선행돼야 하겠지만 완성도 높은 작품과 구독자와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