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변호사 사생활 외부에 알린 변협…회비받을 자격 있나

2015년 12월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앞에서 열린 '한국법조인협회 법조화합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위은진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부의원장 등 인권위원들이 3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지앙지법 기자실에서 테러방지법 의견서 제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이날 참석자들은 "대한변협은 테러방지법안 의견서가 결코 대한변협 공식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님을 공개적으로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사진=뉴스1

9급 광주광역시 지방공무원 공채에 응시한 '로스쿨' 변호사가 있다는 '오보'가 지난주 법조계를 크게 술렁이게 했다. 지난 11일 한 법률전문매체가 보도한 후 대부분의 중앙 일간지는 물론이고 종편 등 방송에서도 다룰 정도로 화제였다.


15일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은 확인취재를 통해 변호사의 9급 응시는 사실이지만 로스쿨이 아닌 연수원 출신임을 밝혔다. 법조계 밖 시각에선 로스쿨이든 연수원출신이든 변호사가 시험 본 사실 자체는 똑같이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런데 법조계 내부는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법조계 상황에선 해당 변호사가 로스쿨이냐 연수원이냐는 큰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9급 응시 변호사 논란의 배경은 '사시폐지'

바로 '사법시험 폐지'를 두고 아직도 격렬한 다툼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툼과정에서 이번 9급 응시 변호사 논란도 발생했다. 누가 어떤 의도로 법률신문이라는 매체에 한 변호사의 '사생활'을 알렸느냐를 생각해보면 이번 사태의 숨겨진 의미를 알 수 있다.


먼저 '누가' 그랬는지에 대해선 어느 정도 윤곽은 밝혀졌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은 최초 보도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광주시청, 로스쿨단체, 광주지방변호사회, 대한변호사협회 등을 취재했다. 취재과정에서 오보의 진원지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변호사의 응시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던 곳은 광주시청과 변협 뿐이었다. 광주시 담당부서가 변호사 가산점 확인을 위해 변협에 자격확인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결국 두 곳 중 하나가 발설지인데 광주시청은 아니었다. 광주지방변호사회가 소속회원의 응시여부를 광주시청에 비공식적으로 확인하려고 했지만 알아내지 못했을 정도로 시청은 공무원시험 주관기관 입장에서 보안을 유지했다. 기자가 광주변회에 문의했을때에도 오보였던 관련 기사만 읽고 '30대 로스쿨 남자 변호사'라는 부정확한 정보를 진실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

출처가 될 수 있는 곳은 변협밖에 없었다. 현재 변협은 공식적으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들려오는 얘기론 변협 집행부 고위 임원 중 하나가 최초 보도한 법률전문매체에게 알렸다는 것이다.

만약 변협이 해당 임원이나 변협 그 누구도 그렇게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려면 어떤 과정을 통해 변호사의 9급 응시사실이 변호사자격 확인과정에서 밖으로 새나갔는지 먼저 밝혀내야 한다. 자격확인에 관여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체감사라도 벌여야 한다.

◇변호사 권익보호해야 할 변협…'로스쿨 폄하'위해 고의로 흘렸다면

변협은 모든 변호사가 강제적으로 가입하게 돼 있는 법정단체다.(민변, 시변, 한법협 등 그외 변호사모임 및 단체는 모두 임의단체) 변호사들은 수백만원의 입회비를 지방변호사회에 내고 5만원의 월회비도 낸다. 변호사들의 권익을 위해 만들어진 변협이 만약 변호사회원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회원의 사생활을 불순한 의도로 외부에 일부러 알렸다면 이는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어떤 의도'였는지는 '누가'의 윤곽이 잡히면서 쉽게 알 수 있었다. 자격확인에 관여한 변협 직원은 정확히 연수원 출신 어느 변호사인지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과정에서 고위 임원을 통해 '로스쿨' 출신으로 왜곡됐다.여기에서 그 '의도'가 설명된다.

로스쿨측에선 변협 임원의 그런 행동이 바로 로스쿨 교육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최근 이런 의도를 가지고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곳은 공교롭게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 집행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법조인협회(변협과 별도 임의단체)라는 연수원출신 변호사모임도 14일 '왜 로스쿨은 가산점을 5%씩 받고도 공무원 시험에 낙방하는 변호사를 배출하게 되었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가산점을 받고도 공무원 시험에 낙방하는 변호사를 배출한 로스쿨이 '사회적 낭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한법조인협회는 "형편없는 실력을 가진 이가 변호사로 활동한다면, 과연 법률전문가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제대로 보호해줄 수 있을 것인가"라며 로스쿨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비난하기도 했다.

변호사가 안정적 직업을 갖기 위해 공무원시험을 보는 것은 비난할 일이 아닌데도 사건이 이렇게 부정적으로 덧칠된 것은 이런 식으로 '사법시험 존폐' 이슈가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에 대해 변협의 행동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변호사들을 보호해야할 변호사단체가 오히려 소속회원의 사생활이나 마찬가지인 공무원시험 응시사실을 불순한 의도로 외부에 흘렸기 때문이다.

◇2만명 변호사 개인정보 쥔 변협…'강제가입+징계권'으로 무소불위

문제는 더 있다. 2만여 변호사 개인정보를 모두 손에 쥐고 있는 변협이 언제든 집행부의 필요에 의해 써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밝혀졌다. 개인정보를 용도 외로 활용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지난해 10월 폭로된 변협 사시존치TF 문건에서도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들어 있었다. 문건에는 '변호사 DB확인 및 활용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로스쿨 1·2·3회(변호사시험)생의 주거지·출신대학·전공 등의 분석을 통해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적혀 있었다.

'사시존치'라는 목적을 위해선 변협이 관리하는 변호사 개인정보를 언제든 이용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과연 이런 곳을 전문직인 변호사들의 공통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직역단체라고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집행부 이익에 따라 변호사 회원들의 개인정보쯤은 들여다 볼 수도 있고 사생활인 시험응시사실을 외부에 알릴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변협은 법에 규정된 변호사 '강제가입'과 '징계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고 있다. '강제가입'과 '징계권'이 과연 변호사 회원들을 지키기 위한 법규정인지 아니면 변협 집행부의 권력의 '도구'인지도 계산해봐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웹페이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