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년 전의 타임캡슐'…신안해저선의 보물 2만점 만난다

신안 해저선에서 발굴한 도자기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1975년 8월 전남 신안 증도 앞바다에서 한 어부의 그물에 청자꽃병 등 도자기 6점이 걸려 올라온다. 이듬해 신안군청에 신고된 이 청자꽃병은 놀랍게도 원나라(1271년-1368년) 때 만들어진 청자였다. 당시 문화재관리국은 1976년 10월부터 본격적인 발굴에 돌입, 신안해저선의 존재를 확인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6일부터 9월 4일까지 신안해저선 발굴 40주년을 맞아 특별전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을 개최한다. 1976년부터 1984년까지 9년여 동안 11차례에 걸쳐 발굴한 각종 물품 2만 4000여 점과 28톤 상당의 동전 등을 선보인다.


바닷물 속에서 '타임캡슐'처럼 잠겨 있다가 650여 년 만에 나타난 신안해저선의 문화재는 14세기 동아시아의 경제적·문화적 교류 등을 보여주는 자료다.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의 효시로 이후 수많은 수중문화재 조사의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신안해저선에서 발굴된 문화재는 여러 차례 전시됐지만, 전체 발굴품 가운데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5% 정도인 1000여 점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신안해저선의 전모를 생생히 실감할 수 있도록 발굴된 2만 4000여 점의 문화재 가운데 2만 300여 점 등 현재 전시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모아 최초로 공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역사상 가장 많은 수량의 전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전시회에서 총 2만 303점의 발굴 물품을 선보인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은 △신안해저선의 문화기호 읽기 △14세기 최대의 무역선 △보물창고가 열리다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선 복고풍의 그릇들과 차, 향, 꽃꽂이 등과 관련된 물품을 소개한다. 당시 동아시아에서 유행한 중국의 스타일, 일본 상류층이 선호했던 문화생활과 고려인의 문화적 취향을 알아볼 수 있다.

2부에선 신안해저선이 닻을 올렸던 중국 저장성의 '닝보(寧波)항'을 중심으로 이뤄진 교역 활동을 소개한다. 신안해저선의 선원과 승객들의 선상 생활도 살펴본다.

3부는 신안해저선에 실렸던 화물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도록 도자기, 동전, 자단목, 금속품 및 향신료 등을 소개한다. 일부는 당시의 발굴 상황 등을 재현해 당대 동아시아의 문화교류 양상을 보여준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현시점에서 공개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전시한다"며 "전체 2만 303점 가운데 일본에서 5점, 중국에서 57점을 비교자료로 협력출품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장은 또 "당시 신안해저선에 물품이 얼마나 실렸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연구를 해오고 있지만 풀지 못한 과제가 많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신안해저선, 더 나아가 동아시아 문화교류사를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9월 2일 이번 전시회와 관련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10월 25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는 전시 내용과 수량을 일부 조정해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전시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