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창업·통합인증…그곳에 '규제브레이커 CEO' 있었다

#통신장비 중견기업 케이엠더블유 (14,640원 ▲150 +1.04%)를 창업한 김덕용 대표는 몇 년 전 심혈을 기울여 발광다이오드(LED)조명에 무선인터넷, 보안카메라 기능까지 더한 융·복합 가로등을 개발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무선인터넷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조명은 국토교통부, 보안카메라는 경찰청 등에서 각각 인증을 받아야만 제품을 팔 수 있었던 것. 제품 검사 역시 모두 다른 곳에서 받아야만 했다.

김 대표는 융복합 제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도 자신과 동일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대표는 정부 부처와 학계 등을 발이 닳도록 찾아가 융·복합 제품에 대한 통합인증 제정을 호소했다. 결국 미래부는 2014년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특별법)에 'ICT융합품질인증' 내용을 포함시켰다. 케이엠더블유 제품들은 이후 잇달아 관련 인증을 받았고 현재 부산과 대구 등 지방자치단체에 활발히 공급되고 있다.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고치기 위해 직접 나서는 이른바 '규제 브레이커'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김 대표를 비롯해 박희재 에스엔유프리시젼 대표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교수창업과 ICT융합품질인증 도입 등 이들 기업인들의 노력으로 이뤄진 성과들은 후배 기업인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경영활동을 펼치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는 평가다. .

디스플레이 장비기업 에스엔유 (2,580원 ▲90 +3.61%)프리시젼 창업주 박희재 대표 역시 '규제 브레이커'에 속한다. 박 대표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8년 제자들과 함께 에스엔유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서울대 실험실 1호 벤처기업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창업 직후에 뜻하지 않은 난관이 찾아왔다. 당시 만해도 교수는 창업을 할 수 없었다. 창업이 '사적 이익을 취할 수 없다'는 교육공무원법 조항에 저촉됐던 것.


졸지에 법을 어기게 된 박 대표는 "불합리한 법을 바꾸겠다"며 국무총리실과 국회, 중소기업청 등을 찾아 교수 창업의 타당성을 호소했다. 규제개혁위원회에 장문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 결과 1999년에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교수도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갈 수 있었다.

이는 교수 창업의 길을 열어 이후 차근식 아이센스 대표(광운대 교수)와 김형준 비아트론 대표(홍익대 교수) 등 교수들의 캠퍼스 창업을 활성화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교수 창업 '원조'가 된 박 대표는 현재 에스엔유 대표와 서울대 교수 외에도 청년희망재단 이사장,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장 등 4개 직함을 가지고 활동 중이다.

벤처업체 한 관계자는 "CEO들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방해하는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현장에서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된다"며 "많은 CEO들이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쳤기 때문에 오늘날 국내 벤처사업이 다시금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