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국내 첫 '美 독감백신 수출' 팔 걷었다

녹십자 (111,900원 ▲800 +0.72%)가 '4가 독감백신'을 앞세워 국내 백신업계 최초로 세계 최대 독감백신 시장 미국 공략에 나선다. 이 작업은 허은철 사장이 주도한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최근 독감백신 미국 수출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녹십자는 한 외국계 컨설팅업체를 통해 미국 진출 시 회사 제품 경쟁력과 시장성,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절차 등 수출을 위한 전반적 정보 파악에 나섰다.


허 사장은 미국 수출 추진의 전면에 나섰다. 이번 수출 추진 결정을 내린 것은 허 사장이 이끄는 '경영위원회'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이사회 내에 마련된 조직이다. 허 사장을 비롯, 박두홍 연구개발 부문 부사장과 김병화 영업부문 전무 등 핵심 임원진 3명으로 구성된다.

미국 수출 추진은 허 사장이 지난 3월 녹십자 단독 대표에 임명된 후 직접 결정한 첫 사업이다. 특히 독감백신 미국 수출은 국내 백신업계에서 첫 시도인 만큼 허 사장으로서는 의미가 깊다.

16억달러(1조8000억원) 규모의 미국 독감백신 시장은 전 세계 시장의 40%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하지만 소수 다국적 백신업체들의 기술과 영업력 탓에 진입이 힘들었다. 녹십자 관계자는 "녹십자는 국내 백신업계에서 유일하게 3가 독감백신을 30개국에 수출하는 업체지만, 미국 문턱만은 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돌파를 위해 허 사장이 앞세운 제품은 지난해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허가받은 4가독감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다. GSK와 사노피, 아스트라제네카 등 일부 다국적 제약사를 제외하면 아직 뚜렷한 글로벌 제품이 없어 희소성이 높다.

4가 독감백신은 한 번 접종으로 네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차세대 백신이다. 기존 3가 백신에 B형 바이러스 1종이 추가돼 예방 범위가 넓다.

세계 시장에서 희소성이 높은 만큼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는 처음부터 수출 맞춤형 제형으로 개발됐다. 녹십자는 이 제품을 '프리필드시린지 제형'(주사기 하나에 1회 사용용량이 담긴 제형)과 '싱글도즈 바이알 제형'(약병 하나에 1회 사용용량이 담긴 제형)으로 국내 허가 받은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수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멀티도즈 바이알' 제형으로도 허가받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시장은 3가 독감백신에서 4가로 빠르게 시장이 재편 중"이라며 "따라서 4가 백신을 개발한 지금이 현지시장을 파고들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내년이면 3가 독감백신이 장악했던 미국 독감백신 시장 주도권이 4가로 완전히 넘어올 전망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의약품 기준이 높아 4가 백신이 실제로 수출될 경우 현지 임상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임상 1~3상 중 어떤 단계부터 시작될지는 현지 당국과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