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사칭해 결혼하고 딸 낳아…5년 만에 덜미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그래픽제공=뉴스1

의사를 사칭해 결혼하고 딸까지 낳은 남성이 5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남성은 결혼 후에도 가족에게 주사를 놓고 진단서를 떼주는 등 의사 행세를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기와 의료법 위반, 사문서 위조 혐의로 무직 이모씨(41)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현재 이씨는 다른 사기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1년 자신을 유명 대학병원 의사로 사칭하며 임상병리사 A씨(36·여)와 결혼했다. 그 과정에서 이씨는 병원개원 자금 명목으로 3억6000만원을 뜯었다. 상견례, 결혼식 등을 할 때는 역할대행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딸을 출산하고 혼인신고까지 했다.

이씨는 아내 A씨와 딸 등에게 백신 주사를 놓거나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주며 의사행세를 이어갔다. 다행히 무면허 의료행위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씨의 범행은 결혼 5년 후에야 들통났다. 다른 사기범죄를 저지르다 구속돼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씨는 "의료사고로 구속됐는데 곧 사면될 것"이라고 끝까지 거짓말을 했다. 아내 A씨는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조사 결과 이씨는 A씨와 결혼 후에도 요가강사 B씨(33·여) 등 여성 3명에게 결혼빙자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업가 C씨(40) 등 남성 6명에게 자신을 유명 로펌의 M&A 전문 변호사로 사칭하며 "주식투자로 돈을 불려주겠다"고 속여 돈을 뜯었다.

경찰은 이씨가 아내 A씨를 포함한 10명으로부터 총 11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범행금액을 전액 주식투자와 유흥비로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A씨와 결혼하고 1년 뒤인 2012년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취직해 지난해까지 근무한 전력이 있을 뿐 의사나 변호사 면허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