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의 문턱에서

7월 이후로 현재까지 글로벌 증시의 흐름은 마치 '꽃놀이 패'를 연상케 한다. 꽃놀이 패란 바둑에 쓰이는 용어로써, 이기면 승패에 큰 도움이 되고 진다 하더라도 별로 손해 볼 것이 없는 패 싸움을 일컫는다. 현재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의 구분 없이 강세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호재에는 크게 반응하는 한편 악재에는 둔감한(혹은 악재를 악재로 해석하지 않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매크로 측면에서 우리가 판단해야 하는 문제는 현재의 유동성 랠리가 지속될 수 있는지, 다시 말해 '리스크 온(Risk on, 시장에 낙관적인 전망이 많아질 경우 리스크가 큰 자산에 자금을 투자하는 것)' 현상이 지속될 수 있는 지 여부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4분기로 진입하는 국면에서 지금의 유동성 랠리는 주춤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리스크 온 현상이 브렉시트 사태로 인해 촉발된 통화완화정책 기대감을 상당 부분 선 반영했지만, 당장 정책효과가 확인되기 어려운 국면인데다가 적어도 연내 추가적인 통화완화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시장의 안정적인 흐름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지나치게 낮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랠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8월 미국 고용지표가 6~7월에 이어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질적인 측면에서의 개선세를 기록한다 하더라도 3분기 중 미국 경기 모멘텀이 추가적으로 강화되는 지 여부를 지켜볼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연준의 통화정책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 연내 한차례 금리 인상이 단행된다고 보면, 현재 9월보다는 12월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중요한 부분은 금융시장의 반응이다. 8월 고용지표의 호조세가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 대한 경계심리가 높아지는 한편 연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현재 안도랠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증시의 랠리가 경기 회복 기대감이 아닌 통화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기반되었기 때문이며, 당장 숫자로 확인되는 실적 장세를 기대하기에는 경기 펀더멘탈은 여전히 미약하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유가는 지난 2월 중 저점(배럴당 27달러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되지만, 역으로 배럴당 50달러선이 여전히 강한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 금융시장 측면에서도 현재 미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 지연에 대한 기대감 및 미 경제지표의 예상치 하회 등으로 달러화 강세 압력이 낮아져 있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금융시장이 연내 금리인상 확률을 지나치게 낮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 영국중앙은행(BOE)·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과 미 연준의 통화정책 다이버전스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달러화 강세 압력은 4분기로 진입할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연말까지 국제유가는 현 수준에서 추가 하락하더라도 배럴당 40달러 부근에서는 하방경직성을 확보하겠지만, 배럴당 50달러를 상회하는 구간에서는 여전히 상승폭이 제한적인 박스권 흐름을 전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수출은 회복세가 지연되며 국내 경기 모멘텀 둔화 가능성으로 작용할 것이다. 신흥국 대상 수출 부진을 선진국 대상 수출이 완충해줄 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 여전히 수출단가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 등이 국내 수출 부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원/달러 환율은 추가 하락보다는 반등 가능성을 예상한다. 1100원선이라는 빅피겨(큰자리수)가 붕괴됨에 따라 추가 하락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우리는 추가 하락보다는 반등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1차적으로는 지난해 연중 저점 부근인 1070원선이 주요 지지선 역할을 해줄 것으로 예상한다.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이 우상향하는 국면에서의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 리스크 오프(Risk off, 리스크 온의 반대 의미인 위험 회피)로 달러화 강세가 진행될 경우 현재와 같은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 속도는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는 국면으로 판단한다.

전략에 있어서는 IT와 관련된 소재·장비 업종에는 여전히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단기간 외국인 순매수 강도 약화에 따른 숨고르기 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또 계절성이 뚜렷한 배당주 중심의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예상한다. 가령 한온시스템 (5,250원 ▼40 -0.76%), 대교 (2,555원 ▲45 +1.79%), 한국쉘석유 (266,500원 ▼2,500 -0.93%) 등을 꼽을 수 있다.